[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최근 미국에서 과거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한 채 사장될 뻔했던 기술과 사업모델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고 있는 것.
'유브갓메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던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 AOL. 이 회사의 특허 800여건이 지난 9일(현지시간) 세계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됐다. 매각금액은 10억달러. 우리돈으로 1조1230억원이나 되는 거액이다.
과거 미국인들이 즐겨 사용하던 전화번호부 '옐로페이지'. 이회사도 이날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미국의 통신기업 AT&T가 9억5000만달러(1조812억원)에 51%의 지분을 사모펀드인 세르베루스에 매각한 것.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은 파산 회생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디지털 이미지 특허기술을 26억달러(2조9593억원)에 매각키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코닥은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사진을 지인들과 공유하거나 고품질 해상도로 인쇄, 또는 사진첩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온라인인쇄서비스도 매각했다. 이용자만 7500만명에 이르는 사업이다.
앞선 예와는 다소 다른 경우지만 IBM은 페이스북에 네트워크 관련 특허 750건을 매각했다. 정확한 매각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정보기술(IT)분야의 원조이면서도 최근 변신에 성공해 잘나가는 IBM이 신생 기업이지만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페이스북에 특허를 매각한 것은 실리콘밸리에서 큰 화제가 됐다.
IBM을 제외하고 앞서 언급된 미국 기업들은 모두 한때 업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던 기업이다.
미국의 통신업체 AT&는 과거 유선전화 시절만 해도 미국 통신시장을 주름잡던 거대 기업이었다. AOL은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유브갓메일'이라는 알람과 함께 메일을 주고 받는 장면이 영화에 흔히 등장할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던 기업이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기 이전만 해도 넘쳐나는 이익을 주체하지 못하고 세계 최고의 직장이란 평을 듣던 기업이다.
원조 기술이나 사업 매각은 살기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이다. 기술이나 사업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은 새로운 사업보다는 기업의 명맥을 유지하거나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AOL의 경우 "특허권 판매 수익의 상당 부분을 주주들에게 재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려는 기업들의 필요도 매각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IT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미국 특허청의 특허등록에 소요되는 기간은 최대 6~7년이 걸린다. 이런 추세로는 최근 문제가 되는 특허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어렵다.
페이스북이 지난 2010년 신청한 '소셜네트워크 사용자간 상호작용 촉진'에 관한 특허는 최근에야 1차 보류 판정을 받았다. 언제 특허를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 인수는 이미 갖춰진 기반을 인수해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패스트트랙' 전략이 되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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