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硏 보고서, '임대주택 600만가구 시대' 기금지원보다 세금지원 필요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방세 면제 등 세금 인센티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월세시장 안정 등을 위해 정부가 국민주택기금 등 민간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자율적 인센티브제 도입 필요'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국내 임차 가구의 81%가 개인(다주택자)이 제공하는 임대주택을 이용하고 있으나, 향후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경우 개인의 임대주택 공급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맡은 허윤경 연구위원은 "2010년 기준으로 임대주택을 활용하는 이가 609만 가구에 달한다"며 "주택가격이 과거처럼 상승세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민간 임대주택의 안정적인 공급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민간임대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관련제도와 임대관리사업 등의 도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민간 임대주택사업자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은 '국민주택기금 지원 부실'과 '낮은 수익성'이다. 정부는 작년 2·11대책을 통해 임대주택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최고 5%였던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를 2%로 낮추고 대출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민주택기금 대출이 쉽지 않은 데다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부터 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가 동결된 상태에서 3~4년 전과 비슷한 임차료와 분양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분 등을 임차료와 분양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저소득 가정이 주된 대상인 임대주택의 임차료 상승을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는 이해하지만 점점 떨어지고 있는 수익률이 걱정스럽다"며 "이 상태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임대주택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급변하고 있는 주택시장의 환경을 고려할 때 다양한 민간 임대주택 공급 경로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세액공제 프로그램과 유사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매매 가격이 정체되는 상황에서는 주도적인 임대주택 공급 역할을 맡아 온 개인들의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의 주도적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소득층 임대주택 세액공제 프로그램(Low Income Housing Tax Credit, 이하 LIHTC)은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에 활력을 주고 있다. LIHTC는 저소득 계층을 위해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민간 개발업자에게 토지비 등 감가상각이 되지 않는 고정자본을 제외한 개발 비용이나 기존 주택 매입비의 일정비율(9% 또는 4%)에 대해 10년 간 세액을 공제해 준다. 세액감면 권리는 유동화시켜 투자 상품으로 시장에서 거래할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이 도입된 1987년부터 2007년 사이 미국에서 공급된 민간 임대주택은 전체 주택공급량의 15% 수준에 달한다.
허 연구위원은 미국의 세액공제 프로그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면밀한 검토와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별, 단계별 접근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지원되는 보조금 규모와 세액공제 방식을 적용할 때의 차이점 등에 대한 면밀히 분석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허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최고 6%의 임대수익률을 얻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유동화를 위한 제도 마련과 함께 지방세 면제 등 세액공제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