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BBK 기획입국설의 단초가 된 가짜편지의 작성자 신명(50)씨가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 편지 입수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3일 오후 신씨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경준씨가 지난해 12월 신경화·신명 형제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신경화씨도 "김씨에게 속아 미국 교도소에서 1년을 더 복역했다"며 의성지청에 김씨를 고소한 상태다.
2007년 옛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김경준씨에 대한 기획입국 의혹을 제기하며 김씨의 수감동료 신경화가 썼다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공개했다. 신명씨는 그러나 “형이 보냈다는 편지는 지인인 양모씨의 지시를 받고 내가 작성했다”며 오히려 형의 감형을 옛 한나라당으로부터 약속받았다고 폭로했다.
신씨는 4일 새벽까지 이어진 검찰 조사에 앞서 “홍준표 의원이 편지를 입수한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편지작성을 권한 신씨의 지인으로 알려진 양모 경희대 행정실장에게 건넨 편지가 홍 전 대표에게 흘러들어간 배후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씨는 앞서 가짜편지 작성의 배후로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 이상득 의원을 비롯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을 거론하며 홍 전 대표 등이 사실대로 털어놓지 않으면 관련 증거물을 제출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에 출석한 신씨가 별도로 제출한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신씨를 상대로 가짜편지의 작성 경위 및 배후 등을 추궁했다. 신씨는 조사 과정에서 가짜편지 전달과정 관련 윗선 개입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가짜편지의 작성주체·과정과 담긴 내용 등 형식적인 부분과 실질적인 부분을 나누어 살펴 보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홍 전 대표측 역시 고발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해 이르면 총선이 끝난 다음 주말께 홍 전 대표 측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신씨가 가짜 편지를 작성한 당사자 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모자라, 선거를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 홍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명백한 악의적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5일 보좌관을 통해 신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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