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 경고 무색..미래에셋생명 계열사 펀드 비중 94%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펀드 판매사들의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월말 기준 주요 판매사 중 절반 이상이 계열사펀드 판매 비중을 11월말보다 끌어올렸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 펀드 판매시장 선진화 방안을 통해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를 간접적으로 규제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소 귀에 경 읽기’였던 셈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선진화방안을 발표한 이후 27개 주요 판매사(설정원본 5000억원 이상) 중 63%에 달하는 17개 판매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이 높아졌다. 이 중 10개 판매사는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정액마저 높아졌다. 주요 판매사 대다수가 여전히 계열사 몰아주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판매사별로 살펴보면 계열사 몰아주기의 ‘왕좌’는 미래에셋생명이 차지했다. 이 회사의 2월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 판매 비중은 61.72%이고,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펀드 판매 비중은 32.54%다.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94.26%나 된다. 미래에셋생명에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100명 중 94명 이상이 미래에셋 펀드에 가입했다는 의미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1월말에도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94%를 넘었다. 대한생명보험도 한화자산운용의 펀드판매 비중을 76.17%에서 79.17%로 높였다.
특히 4대 은행도 모두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을 끌어올려 당국의 입김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펀드 판매 비중을 11월말 기준 68.51%에서 2월말 69.59%로 높였고, 하나은행도 하나UBS자산운용 펀드판매 비중을 42.78%에서 44.21%로 끌어올렸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계열사펀드 판매비중도 각각 52.63%에서 53.36%로, 38.34%에서 40.78%로 상승했다.
설정원본 기준으로 보면 미래에셋증권과 우리은행의 계열사 밀어주기가 돋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1월말 2조6408억원이던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을 3조384억원까지 불렸고, 우리은행도 같은기간 우리자산운용 펀드 설정액을 2300억원 이상 끌어올렸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계열사 펀드의 차별적 판매 촉진행위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9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개혁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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