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까지 1260억 지출..전년동기보다 9% 늘어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지난해 1~3분기(4월~12월)동안 증권사들이 사용한 접대비가 전년동기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 16%씩 감소했다. 벌어들인 돈이 줄었지만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기관투자자 등 주요 고객에게 접대용으로 지출한 돈은 증가한 것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증권사들은 접대비로 총 1260억원을 쏟아부었다. 전년동기대비 9.05%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기간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2조909억원에서 1조755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금감원이 이상헌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 사업연도에 958억원이던 증권사들의 접대비는 이듬해 1147억원으로 1000억원대를 돌파한 후 꾸준히 늘고 있다. 증권사들의 올해 접대비 총액이 1600억원을 넘어서면 5년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는 셈이다.
접대비란 일반적으로 기업이 업무와 관련해 접대, 교제, 사례 등의 명목으로 고객사에 지출한 비용을 말한다. 증권사의 경우 영업부가 주요 고객인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 지출하는 비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접대비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총 79억원의 접대비를 사용했다. 접대비로만 한달에 9억원 가까이 쓴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0 사업연도에도 117억원을 써 가장 많은 접대비를 쓴 증권사로 기록된 바 있다.
우리투자증권(64억원), 미래에셋증권(64억원) 등이 3분기까지 60억원이 넘는 접대비를 사용했고, 하나대투증권(56억원), 대우증권(54억원), 현대증권(5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신증권, KTB투자증권은 접대비 지출이 전년동기보다 32%나 급증해 증가율로는 최상위권에 속했다. 한화증권(28%), 우리투자증권(25%)도 큰 폭으로 접대비가 늘었다. 반면 대우증권은 약 10%, HMC투자증권도 9% 가량 접대비를 줄였다.
매출액 대비 접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KTB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두드러졌다. 전체 증권사들의 매출액대비 접대비 비중은 평균 0.24%였지만 KTB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이 비율이 각각 1.45%, 1.0%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3193억원의 매출을 올린 KTB투자증권은 46억원의 접대비를 썼고, 4043억원의 매출을 올린 하이투자증권은 40억원의 접대비를 지출했다. 이 증권사들의 접대비는 판매관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업황부진으로 각 증권사들 사이에 고객잡기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순익 감소에도 접대비 지출은 증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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