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전화사기) 방지를 위해 올 1분기에 공인인증서 사용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가이드라인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일 "공인인증서 사용 절차 강화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며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져 올 3분기에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발표한 보이스피싱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통해 사용자 본인이 지정한 단말기 3대에서만 공인인증서의 재발급을 허용하는 한편 다른 단말기에서 재발급 할 경우 휴대전화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생성기를 통해 추가 인증을 하도록 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피해자에게서 개인정보를 빼낸 후, 이 정보를 토대로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아 통장 예금을 빼내가는 사고가 급증하자 예방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재발급시 휴대전화, OTP 등으로 추가 인증토록 하는 대책은 올 1분기에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분기에 접어드는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가이드라인조차 정해지지 않아 향후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인인증서 재발급을 통한 보이스피싱에 따른 피해사례는 최근에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모임(cafe.naver.com/pax1004)에는 공인인증서 재발급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와의 협의가 필요해 부득이하게 늦어지고 있다"며 "일반인의 공인인증서 사용을 제약하는 내용이 많다 보니, 검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처음부터 금융위가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분기 중 시행이 사실상 불가능했음에도 불구, 대책을 내기에 급급해 실현가능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대책을 발표한 1월말부터 3월말까지 여유가 2개월밖에 없었다"며 "좀 더 여유를 두고 일정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의 업무 지원을 맡은 금융감독원이 최근 불거진 집적회로(IC)카드 전환 문제 해결에 매달려 보이스피싱 대책 마련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한 정책협의회(가칭)'도 감감무소식이다. 금융위는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1분기 중 기관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관계기관의 규정 변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협의체가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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