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밤> MBC 일 오후 5시 20분
<우리들의 일밤>(이하 <일밤>)이 개편 3주차를 맞았다. 그동안 일요일 저녁 예능 경쟁에서 뒤처지며 개편이 잦았던 수난의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번 개편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일밤> 방송 31년사에서 최초로 모든 코너가 외주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MBC 노조 총파업에 대해 경영진이 내놓은, “전 사원의 프리랜서화와 예능, 드라마 100퍼센트 외주제작”이라는 극단적 조치의 일환이다. <일밤> 개편은 말하자면 그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파업의 여파만 여실히 증명한 총체적 난국이었다. 새코너 ‘꿈엔들’과 ‘남심여심’은 구태의연한 발상과 진부한 포맷이라는 졸속기획제작의 문제점만 보여주고 있다. SBS ‘패밀리가 떴다’와 KBS <청춘불패>를 연상시키는 ‘꿈엔들’은 서세원의 90년대 프로그램 <좋은 세상 만들기>만큼의 의미와 재미도 전달하지 못한다. ‘남심여심’ 역시 tvN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에서 통찰력과 재치를 제거한 미션버라이어티 버전에 머문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집단패널 체제의 리얼버라이어티는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캐릭터를 먼저 발굴해야 하고 그 캐릭터가 안정되어야 장기적으로 코너를 끌어갈 스토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룰루랄라’와 같은 이전 코너들이 저조한 시청률에도 최소한 두 달의 기회를 가진 것처럼 이번 새 코너에도 같은 인내심이 요구된다. 그러나 ‘남심여심’은 방송 3회만에 포맷 수정을 발표했고, ‘꿈엔들’은 첫 회를 내보낸 뒤 예고도 없이 결방돼 폐지 논란이 불거졌다. ‘갑’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외주제작의 한계가 반영된 것이다. 개편 뒤의 <일밤>은 31년 만에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물론 그 전의 <일밤> 또한 구태의연한 코너들로 외면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청률보다 더 큰 비극은 바로 지금 그 프로그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책임져야할 제작진이 방송현장이 아닌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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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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