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수 추가폭로..강훈 변호사 사건축소 의혹

[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축소할 것을 회유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강 변호사는 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인물로 사건수사에 외부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 전 주무관측은 29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강 변호사와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강 변호사는 장 전 주무관에 "사건을 축소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다. 부풀려져서 우리한테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증거인멸이라고 하지만 무엇을 인멸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가기밀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지웠다고 추상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좋다"며 장 전 주무관에 사건 축소를 설득한 내용도 공개됐다.

강 변호사가 2010년 기소된 사건 관련 혐의자들의 변호를 총괄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녹취록을 통해 공개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의 발언에는 "강훈 변호사가 총괄 지휘하고 장 전 주무관의 변호사에게도 별도로 수임료를 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강 변호사는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그만하겠다 해서 끝난게 아니지 않느냐. 수사를 억지로 고만 좀 해라, 해달라, 해가지고 억지고 끝낸 것"이라며 "그래서 수사 검사들은 심통나서 심술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녹취록 발언에 따르면 강 변호사는 검찰수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외부의 힘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셈이다.

사건 구형에 대해서도 민정비서관측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는 폭로도 나왔다. 장 전 주무관이 검찰의 구형에 대해 불안해하자 최 전 행정관은 "민정 쪽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민정 2비서관 쪽에서 많이 케어를 하고 있다"고 설득했다.

장 전 주무관의 폭로에는 현 정부 초기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 변호사가 불법사찰 관련자들의 변호를 총괄해 사건축소와 더불어 검찰 수사의 외부압력 가능성을 담고 있다. 검찰이 2010년 불법사찰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여론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한편 재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30일 사건의 '몸통'이라고 스스로 주장하고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 전 비서관은 꼬리자르기식 주장으로 윗선의 개입을 부인하고 있지만 장 전 비서관의 구체적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사의 뱡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