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처럼 우리 캐디들도 휴면기를 보냈습니다.
한여름 더위와, 또 폭우와 싸우며 바닥난 체력을 각종 보양식과 영양제로 충전하고 다시 봄맞이 준비를 서두릅니다. 하지만 겨우 내내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
쉬는 동안 토실토실 올라온 살들 때문에 웃지 못할 일들이 종종 벌어집니다. 바로 그린에서 앉는 순간 "찌지직~"하고 바지가 뜯어지는 민망한 경험은 캐디나 고객이나 모두들 종종 겪는 일이겠지요. 그렇지만 코스 안에서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느 날 한 캐디가 고객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했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캐디는 허리춤의 단추가 떨어졌습니다. 앉을 때마다 지퍼가 내려가 흘러내리는 바지를 손으로 붙잡고 일을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자 고객께서 차고 있던 벨트를 선뜻 풀어 주셨습니다. "언니가 불편하면 우리도 불편하니까"라는 말씀을 곁들였다네요.
다행히 허리 사이즈는 큰 차이가 없었나봅니다. 문제는 정작 벨트를 풀어 주신 그 고객입니다. 바지의 허리사이즈가 원래 컸던 모양입니다. 이번엔 고객께서 자꾸 흘러내리는 바지를 한 겹 두 겹 접어 겨우 응급조치를 한 후 남은 라운드를 마치셨습니다. 본인은 바지가 내려갈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공을 치면서도 혹여 캐디가 불편할까봐 더 걱정을 하셨답니다.
누구나 원하는 폼 나는 라운드가 흘러내리는 바지로 망쳐버렸습니다. 그러나 그 캐디에게는 고객의 마음이 전달됐겠죠. 그날 이 후 캐디는 그 고객의 따뜻한 마음을 다른 고객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라운드가 후에 다른 조에서 플레이하셨던 사모님이 벨트를 찾으러 오셨답니다. "언니, 우리 남편 벨트 풀러죠." 그 상황이 너무 우습자 "꺄아악" 웃으시며 "언니 살 좀 빼야겠다"라고 말했답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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