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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하늘이 주신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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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하늘이 주신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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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홀인원을 상상합니다.


골프장에서도 그렇습니다. 구력 20년에 동반자의 홀인원 한번 보지 못했다는, 동반자의 홀인원은 몇 차례나 봤지만 정작 본인은 홀인원 비슷한 사례도 없었다는 고객까지 천차만별입니다.

기량이 높을수록 확률도 당연히 높겠지만 홀인원을 하신 고객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코 구력과 실력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캐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의 라운드 수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매일 고객과의 동반라운드를 하는 데도 말입니다.


저는 그러나 오래 전에, 홀인원이 뭔지도 모르던 초보시절에 일찌감치 고객의 홀인원을 경험했답니다. 캐디 일을 막 시작해 교육이 끝나기 무섭게 실전에 투입됐을 때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봄이 되면 그 많던 골프장의 캐디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늘 인원이 모자라 짧은 교육을 마치고 곧바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 고객께서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운이 없었답니다. 팔짝팔짝 뛰면서 깃대 옆에 수건도 깔아주고 예쁜 복주머니에 공까지 넣어주는 캐디를 만나지 못했으니 말이에요. 그때 저는 "아~ 이게 홀인원이라는 거구나!"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사실 홀인원이 그렇게 대단한 줄도 몰랐습니다. 캐디 언니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얼떨결에 밥을 사고, 떡을 돌렸습니다.


당시 그 골프장 캐디 가운데 최단시간에 홀인원을 기록한 캐디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20년이 넘는 골프장이었지만 저처럼 신입 캐디가 홀인원을 한 건 처음이었다네요. 저에게 캐디란 직업은 '천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홀인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3년 동안 재수가 좋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그 시절 홀인원 한 번으로 지금까지도 재수가 좋은 거라 확신하고 있답니다.


비록 그 골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지는 못했지만 얼마 전 동료들과 다시 가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랑 기분이 그렇게 다를 수가 없었지요. 그렇게 넓고 길어 보이던 페어웨이가 너무 좁고 짧게 느껴지고, 가도 가도 보이지 않던 그린도 손바닥만 합니다. 뭐랄까. 꼭 어른이 되어 초등학교 교실을 방문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에게는 캐디가 하늘이 내려주신 직업인가 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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