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국내 투자자들이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면서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습니다."
가치투자의 명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 바라본 최근 펀드 환매 배경이다. 그러나 그는 증시의 장기적 상승추세를 점치며 낙관적 입장을 견지했다.
허 본부장이 직접 운용하는 '마라톤펀드' 설정 10년을 맞아 최근 서울 여의도 신영자산운용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펀드 수익률 자랑보다는 여전히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라톤펀드'는 지난 2002년 설정돼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시장은 경기 전망에 따라 부침이 심하지만 저평가된 우량주는 언젠가 제값을 받는다'는 신념으로 투자철학을 고수한 덕분에 이 펀드의 설정후 수익률은 311%에 이른다. 그는 "가치투자자란 시간을 무기로 미래와 싸우는 직업"이라며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신념은 펀드매니저를 지키는 방패"라고 강조했다.
현재 증시 상황에 대해 허 본부장은 "휴먼인덱스에 따르면 투자자가 시장을 지나치게 비관할 때는 바닥이고, 낙관할 때는 상투일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지금은 아직 상투가 아니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2000포인트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증시가 단기간 2100선으로 뛸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단기 유동성 자금들이 머니마켓펀드(MMF), 주가연계증권(ELS) 등 주식시장 근처를 맴돌며 시장 진입의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세금과 인플레이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주식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죠."
허 본부장은 투자자들에게 평소 투자신념대로 '지수보다는 종목'을 볼 것을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가 강타했을 때 그는 기자에게 "싸진 주식을 쇼핑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라고 역설했다.
허 본부장은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터져 주가가 낮게 형성될 때 미래를 낙관하며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는 증시 격언이 있지만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게 가치투자의 진수"라고 웃었다.
한편 최근 허 본부장의 눈에 들어온 종목은 우선주, 지주회사, 우량 중소형주, 중국 내수주 등이다. 코스피가 2000을 넘으면서 보통주 가격 부담이 커졌는데 우선주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우선주는 배당수익률도 높지만 의결권이 없어 '씨없는 수박'에 비유되곤 하는데 그는 "씨없는 수박이 맛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중국 내수 관련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 중소 의류회사, 음식료업종도 주목하고 있다. 제닉, CJ CGV, 한미약품 등이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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