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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생명연장의 꿈, 돼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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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생명연장의 꿈, 돼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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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의 대표 기술은 형질전환 동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형질전환 기술은 질병저항성 동물 생산, 가축 개량 등 전통 축산 분야에서의 활용뿐 아니라 유즙, 혈액, 뇨 등을 이용해 인체치료용 물질을 생산하는 바이오리엑터, 사람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장기용 동물 생산, 인공 피부, 혈관, 혈액 등 치료용 소재 생산에 이르기까지지 그 적용 분야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들 분야 중 경제적 가치가 가장 주목되는 분야의 하나는 사람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이종장기의 개발이다.


국제연합(UN)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7% 이상일 경우 고령사회, 14%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다. 2010년 통계청 인구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1.3%로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도 얼마 남지 않았다. 평균 수명 증가와 함께 질병 또는 사고로 인한 장기 이식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에는 장기 이식 시장 규모가 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120만명 이상, 우리나라 1만7000명 이상이 고형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기증자 부족으로 대기자의 10% 정도만 이식 받는다. 이러한 장기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이종장기, 인공장기, 줄기세포, 생체조직공학을 이용한 조직재생법 등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중 이종장기는 부족한 장기를 무한정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이종장기 이식은 1960년대에 인간이 아닌 영장류의 신장과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는 번식이 어려워 지속적인 장기 제공이 힘들지만 돼지는 사람과 유사한 생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형질 전환 및 무균 사육이 가능하다. 돼지의 장기를 이종장기 공급원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때 발생하는 거부반응을 극복해야 한다. 2002년에 미국에서 초급성 면역거부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α1,3-GalT)가 제거된 형질전환 복제 미니돼지가 생산됐고 이 돼지의 장기를 바분 원숭이에 이식한 결과 이식거부 반응이 수개월까지 지연되는 성과를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위한 연구가 2004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농림수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2009년 초급성 면역거부 반응 유전자가 제어된 돼지를 생산한 이후로 초급성과 체액성 급성 면역거부 반응 일부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돼지, 급성 혈관성 면역거부 반응을 제어할 수 있는 돼지를 생산해 왔다. 올해는 이종장기 이식의 실용화를 위해 필수적인 영장류 이식 실험도 할 계획이다.


이종장기 이식이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여러 단계가 있다. 우선 면역거부 반응 단계에 관여하는 여러 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제거하거나 발현하는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해야 하고 이 돼지들의 장기를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에 이종이식함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생산된 돼지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해서는 일체의 외부 질병이 유입되지 않도록 청정 상태로 사육할 수 있는 사육체계를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종이식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관리할 수 있는 법ㆍ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이종장기 이식용 돼지를 생산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단순 생산에 한정됐던 양돈산업이 의료산업과 융합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 돼지가 양돈농가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뿐 아니라 사람의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임기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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