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 등 유통업체 빅3가 앞다퉈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오늘부터 한 달간 청바지를 9800원에 파는 등 생필품 1000여 품목을 크게는 50%까지 가격을 낮춰 판매한다. 이마트는 지난달 말부터 우유와 시리얼 등 14개 생필품 가격을 1년 동안 동결했다. 홈플러스도 최근 1년간 생필품 400개 가격을 최대 50% 인하해 팔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가격 할인 경쟁은 뛰는 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할인폭이 큰 일부 생활용품 중에는 고객이 별로 찾지 않는 것이 많다고 한다. 자체 브랜드(PB) 상품들로만 구성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준비한 물량이 모자라 고객들이 허탕을 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할인 행사의 이면에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생색 내기, 홍보성 미끼 상품을 내거는 얄팍한 상술이 숨어 있다는 얘기다.
이마트가 가격을 동결한 14개 생필품의 경우 우유, 밀가루, 시리얼 등 PB 상품을 위주로 한 기호품에 치중해 막상 구매할 제품이 별로 없다는 불만이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홈플러스를 찾아 30~50% 할인을 내건 딸기, 대파, 달걀 등을 사려던 고객들이 직원들로부터 "물량이 바닥났으니 내일 다시 오라"는 말을 듣는 일이 잦았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소비자들이 우롱당한 셈이다.
할인 행사를 명분으로 납품업체를 무리하게 쥐어짜는 행태도 경계해야 한다. 유통업체들은 유통 과정을 줄이거나 임금이 싼 국가에서의 저가생산, 신선식품의 경우 직접 생산에 나서는 방법 등으로 가격을 인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납품업체나 생산자와 사전 조율 없이 홍보 전단지를 만들어놨으니 무조건 할인해서 팔아라, 또는 한 개 가격에 두 개를 납품하라는 식의 횡포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유통 단계나 마진 축소 등 정상적 방법으로 할인 경쟁을 벌이는 것은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상품은 부실하게 갖춰놓고 선전만 요란하게 하는 건 소비자를 눈속임하려는 잡상인의 행태다.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하고 물가 안정에 기여할 생각이라면 소비자가 많이 찾는 품목 위주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상시 저가 판매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소비자는 물론 납품업체, 생산자와 윈-윈하는 상생의 '착한 할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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