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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증권사 '메멘토 모리'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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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증권사 '메멘토 모리'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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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 최근 주식시장 거래량이나 거래대금을 보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위 침식을 잊을 만하다. 작년에 주가급락으로 맥을 못 추던 증권사 실적은 올 들어 주가 2000선 회복과 더불어 거래대금이 7조~8조원대를 훌쩍 뛰어넘어 다소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다. 그러나 3월 들어서는 6조원대에 턱걸이하는 날이 잦아지며 다시 한번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증권사 임원들의 탄식을 들어보면 종합주가지수 500선 지키기조차 힘겨웠던 2000년이 떠오른다. 먹고살기 빠듯해지자 대부분 임원들이 투자자 거래수수료 나눠먹기로는 한국 증권업계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구조조정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12년이 지나 주가 2000선 시대인 오늘도 증권사 관계자들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이들의 탄식 속에 나오는 결론도 10여년 전의 데자뷔다.

"다들 손해는 안 보고 장사를 하고 있으니 구조조정 쉽게 안될 겁니다. 그냥 이대로 가야죠."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은행도 기업도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고려증권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망한 곳이 없다. 왜? 소위 증권쟁이 표현대로 크게 흥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회사문 닫을 만큼 손해날 일이 없으니 나올 매물이 있을 리 만무하다. 자기 물량 돌리기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하다 보니 그저 몇몇 대기업과 초대형 은행이 초소형 증권사를 인수했을 뿐이다.

증권사들이라고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경쟁이 '제로섬' 게임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거래에 따른 수수료를 누가 더 많이 따먹느냐의 차이이지 시장 자체를 확장시키는 데는 다들 관심만 있을 뿐 실천이 없다. 한곳에서 소위 '대박' 기운을 뿜어내는 상품이 나오면 다른 증권사들이 이를 모방해 시장 나누기에 들어간다. 다툼은 있지만 혁신적 경쟁은 없는 셈이다.


병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증권사들의 이 같은 기존 체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듯싶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특정한 하나에 강하게 집착하는 성향을 일컫는데 자폐증과 달리 언어 발달 지연이 두드러지지 않아 얼핏 보기에는 정상에 가깝다. 그러나 집착하고 있는 관심 분야에 온통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의사소통이나 대인관계가 어려운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 증권업도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도 속은 병들어 있다.


싱가포르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가 "중국인에게 다른 모든 걸 받아들이게 할 수 있어도 마작을 그만두게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에 모든 걸 받아들이게 해도 거래 수수료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집중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같다.


고대 로마에는 승리한 장군이 개선행진할 때 '메멘토 모리'를 반복해서 말해주는 전담 하인이 있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는 '당신도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의 라틴어다.


다음 달 중순이면 각 증권사들의 1년 장사 성적표가 나온다. 어디가 1등을 했는지, 어느 증권사의 실적이 고꾸라졌는지 순위가 붙을 것이다. 그중에 누군가는 '승전보'를 울리는 장수로 부상할 것이다. 그러나 2011 회계연도 실적을 확정하는 모든 증권사들은 '메멘토 모리'를 가슴에 담아둬야 한다. 이대로 가면 너도 나도 최소한 죽지는 않아도 '골목대장' 신세를 면치 못한다. 이미 지난해 국내 인수ㆍ합병(M&A) 자문 순위에서는 상위 10위권까지 산업은행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하고 글로벌 IB들이 싹쓸이했다. 소니는 자기잠식효과를 두려워하다 결국 옛 추억을 곱씹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기능이나 디자인이 더 뛰어난 후속제품이 나오면서 같은 기업이 먼저 내놓은 유사제품의 매출을 잠식할까 겁냈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증권사들도 괜히 신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앉아서 받아먹는 수수료를 놓치지 않을까 겁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성호 기자 vicman120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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