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무역흑자가 17억달러 부풀려진 데 이어 지난달 무역흑자도 7억달러 정도 많게 발표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2월 수출입동향 확정치를 보면 수출 464억달러, 수입 449억달러로 15억달러 흑자다. 이는 1일 지식경제부 발표(수출 472억달러, 수입 450억달러)와 수입은 비슷한데 수출이 8억달러 차이 난다.
관세청은 한 철강업체가 3억원 수출을 3억달러, 또 다른 업체가 2억원 수출을 2억달러로 잘못 신고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같은 일이 지난해 12월 수출입 통계 발표 때도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한 철강업체가 달러가 아닌 원화로 잘못 신고했다고 그랬다. 관세청은 실수라 변명하지만 어떻게 같은 실수를, 그것도 철강업체에서 계속했단 말인가. 더구나 관세청은 지난해 12월 통계 오류가 지적된 뒤 검증 절차가 부족한 점을 개선하겠다는 보도자료를 지난달 말 낸 바 있다.
지경부 수출입동향 속보는 관세청 통관 실적을 바탕으로 매달 1일 발표한다. 그리고 보름 뒤 관세청이 오류를 바로잡아 확정치를 발표한다. 신속을 요구하는 속보와 정확성이 생명인 확정치와의 오차는 있을 수 있다. 그것도 신고 후 선적 일정 조정이나 해외구매자의 주문 취소 등 계약 변동에 따른 것이라면 몰라도 원화와 달러화를 착각해 1000배가 넘는 오차를 낸 것은 상식 밖이다. 실수도 한 번이지 거듭된 오류는 관세청의 직무유기다. 신고 단계에서 과거 수출실적을 감안해 너무 많거나 적으면 전화를 걸어 확인만 해도 고칠 수 있다. 품목ㆍ기업별 수출 단가와 일정에 차이가 클 경우 자동 체크돼 점검에 들어가는 전산 시스템은 왜 여태 없는가.
잇단 통계 오류는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미 잘못된 지난해 12월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세계 8위로 등극했다는 자료를 무역협회가 뿌렸다가 회수하는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정치권에서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나타난 무역적자를 숨기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교역 규모 10위권의 나라,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FTA를 맺은 나라의 수출입 통계가 부실하다니 부끄럽다. 수출입 통계는 정부 정책과 시장참가자의 경기 판단에 기초가 되는 중요한 자료다. 서둘러 기본부터 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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