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_QMARK#> 빅뱅의 탑이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습니다. ‘FANTASTIC BABY’에서 다른 멤버들의 솔로 파트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도 따라 부르고 춤도 따라 췄는데, 탑이 무대 중앙에 나와 ‘붐샤카라카 붐샤카라카’ 주문을 외우는 순간 멍해졌습니다. 온 몸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꼼짝도 못하겠는 거 있죠? 마치 컴퓨터가 랙에 걸린 것처럼, 하루 종일 붐샤카라카, 붐샤카라카만 외치고 있어요. 도대체 ‘탑신’은 저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요? (가락동에서 유부녀 윤 모댁)
눈을 감고 잘 생각해보세요. 탑이 ‘BLUE’에서 ‘심장이 멎은 것만 같아 / 전쟁이 끝나고 그곳에 얼어붙은 너와 나’라고 할 때 어떤가요? 정말 환자분의 심장이 멎은 것만 같고 전쟁이 끝난 그 곳에 환자 분과 탑만 살아남았으면 좋겠죠? ‘BAD BOY’에서 ‘네가 사랑하는 나는 / Sorry I’m a bad boy’라고 고백할 땐 또 어떤가요? 나쁜 남자든 착한 남자든 아무려면 어때요, 정 미안하면 그냥 내 곁에 있어주세요, 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때로는 탑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탑의 목소리에 무릎을 꿇게 되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탑은 랩을 하는 게 아니라 설득을 하는 거라고. 끝도 없이 지하땅굴을 파는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뱉어내니 당해낼 재간이 있나요. 그러니까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붐샤카라카’를 외쳐도 많은 분들이 김포공황상태에 빠지는 겁니다. 다른 남자도 아닌, 잘생긴 탑이니까요. 다른 색깔도 아닌, 민트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탑이니까요. 다른 표정도 아닌, 거만한 표정으로 느릿느릿 골반을 움직이는 탑이니까요. 다 필요 없고 그냥, 탑이니까요.
물론 탑은 굳이 저음의 목소리로 랩을 하거나 섹시한 춤을 추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어디 하나 버릴 구석 없는 완전체입니다. 날렵한 턱선에 베일 것 같고, 아이라인을 두껍게 그리지 않아도 충분히 깊어 보이는 두 눈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고, 무심한 듯 카메라를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게 되잖아요.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KBS <아이 엠 샘>의 무신은 백 마디 말보다 한 소절 랩으로 누나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들었고, <아이리스>의 킬러 빅은 두 눈에서 강렬한 레이저를 쏘며 총을 겨누는 옆선만으로도, 아니 화면에 나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존재였죠. 이렇게 멋있는 줄로만 알았던 탑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승리와 ‘양싸’, 심지어 JK 김동욱과 윤문식을 넘나들기까지 하니 더 이상 빠져나갈 출구가 없습니다. 그러니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이 정도 완벽한 남자면, 그냥 군말 없이 앓아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건 탑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여자로서의 행복한 의무이자 배부른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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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포인트: [최승현, 살아있네!]
손가락, 살아있네: 탑의 손가락에는 자석이라도 장착된 것일까. 아니면 꿀을 발라놓은 것일까. 격렬한 춤을 추는 것도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거짓말’ 무대에서 손가락을 살짝 돌리는 것뿐인데, 그 두 손가락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라임, 살아있네: MBC <만원의 행복>에 출연한 탑은 자신을 ‘숙소에서 랩을 맡고 있는 탑’이라 소개하며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였다. “너희들이 뭐라 해도 내 목소리는 예뻐 / 내가 지금 랩하는 스타일은 진짜 래퍼 / 너희들이 날 보고하는 말은 넌 정말 해퍼 / 난 그러니까 너희들의 진정한 헬퍼.” 누가 이렇게 귀엽게 빨간 후드를 뒤집어쓰고 절도 있게 랩을 소화하라고 허락했습니까?
팬 서비스, 살아있네: 무표정으로 콘서트 무대를 어슬렁거리던 탑이 팬이 건네준 노란색 왕관 머리띠를 받았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착용하고는 좌우로 흔들거리며 다시 무대를 어슬렁거렸다. 쓰다듬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뒤통수를 보인 채. 운수 좋은 날엔 바로 코앞에서 탑의 모공을 보고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줄 수도 있다.
작업스킬, 살아있네: 데뷔 전 미니홈피에 “내가 당신을 위해 살고 당신을 위해 랩을 해서 데뷔를 할 거라오”라는 댓글로 이효리의 팬임을 인증했던 탑은 2008년 MKMF 시상식 무대에서 이효리를 위해 랩을 했고, 두 손으로 이효리의 얼굴을 감쌌고, 설마 했던 이효리의 입술로 향했다. 이제 자신감이 붙었다. 남자를 유혹하는 것도 문제없다. 단발머리 가발을 쓰고 세그웨이를 탄 채 “저하고 연애하고 싶은 남자 분들, 저한테 연락주세요”라고 말했다. 약간의 콧소리와 전화하라는 손짓이 더해지니, 요염하도다!
빙구탑, 살아있네: 우월한 비주얼을 보기 좋게 배반하는 엉뚱함과 개그감을 지녔다. 샤워가운만 입은 채 대성과 만담을 하고, 녹음실에서 멀쩡하게 랩을 하다가 느닷없이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주제곡을 부르고, 뭐라 이름 붙이기도 애매한 춤도 춘다. 그럼에도 탑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별명으로 ‘빙구탑’을 꼽았다. 심지어 ‘빙구 없다’며 엄포까지 놓았다. 그러나 ‘빙구탑’은 죽지 않았다. 여전히 그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의 ‘빙구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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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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