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사상 첫 피해자 위한 국선변호인 제도 도입...“향후 성인 장애인까지 확대될 것”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19세 미만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국선변호인을 지정해주는 ‘법률조력인’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검찰이 첫 법률조력인을 지정했다. 피해자들은 별도의 비용 지출 없이도 수사부터 재판까지 모든 형사절차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김진숙 부장검사)는 15일 지난해 9월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로 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인 제도인 ‘법률조력인’ 제도가 다음날부터 시행됨에 따라 수사가 진행 중인 5명의 피해자에 대해 각각 법률조력인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건국 이래 범죄 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인 제도의 도입은 최초로, 형사사법사에 한 획을 긋는 획기적인 제도”라고 전했다.
첫 법률조력인엔 류혜민(연수원36기·여) 한국성폭력상담소 자문 변호사를 비롯, 김삼화(연수원17기), 김인숙(연수원31기), 박진실·김재련(연수원32기) 변호사 등 전원 그간 성폭력 피해 자문활동에 종사해온 여성 변호사들이 지정됐다.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피해아동·청소년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 국선변호인을 지정해 형사절차에서 피해아동·청소년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 등을 위해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 동석할 수는 있었으나, 법률적 지식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조사과정 등에서 피해자의 유불리를 고려한 조언은 어려웠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그간 검사들이 피해자를 위해 상당 부분 법률적 도움을 줬지만 심리적 위안 효과는 낮았다”며 “법률조력인이 신뢰관계자와 검사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개정법은 피해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법정대리인이 있더라도 의사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경우, 특수강간 및 친족에 의한 강간, 장애인강간 등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학특례법 중 일부에 대해 검사가 의무적으로 피해자를 위한 법률조력인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성폭력전담검사는 직권지정 외에 피해자가 신청하거나, 성폭력피해상담소가 협조를 요청한 경우에도 임의로 법률조력인을 지정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첫 법률조력인 지정의 경우에도 의무지정 4건 외에 피해자의 강력한 희망에 따른 경우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법률조력인은 상담 및 자문은 물론 재판확정 및 불기소처분시까지 재판과정에 참여해 피해자를 위한 고소장·의견서 작성·제출 등 법률 구제 전반을 돕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원스톱지원센터의 피해자 영상진술 진정성립 및 증거보전 청구에도 관여할 수 있는 만큼 수사·재판과정에서 반복되는 조사과정이 피해자에게 유발할 수 있는 2차 피해의 염려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원을 위한 비용은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검찰이 책임진다.
법률조력인은 변호사 중에 지정되며 법무부·검찰이 아닌 곳에 근무하는 공익법무관도 맡을 수 있다. 법무부(장관 권재진)는 전문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 법률조력인 교육과정을 마련한 것은 물론 제도 도입 초기 일선 검찰청의 부담을 고려해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신영무)와 협조해 예정자 명단 400여명을 마련해 그중 161명이 서울중앙지검에 배정됐다. 검찰은 매년 각급 검찰청에서 예정자 명부를 작성해 충원·조정 등 관리토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매년 3월 명부의 갱신작업이 이뤄지며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갖춘 분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위촉하겠다”고 말했다.
법률조력인 제도 도입을 전후해 갓 경찰 수사단계에 접어들었거나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성폭력전담검사는 경찰, 검사, 공판검사의 요청에 따라 법률조력인 지정이 가능하다. 법무부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형사절차에 대한 조력 외에도 여성가족부(장관 김금래)의 무료법률지원기금에 의한 민사절차상 조력도 함께 가능해진다.
김진숙 부장검사는 “적극적인 제도 시행 및 홍보를 통해 성폭력 피해 미성년자들이 수사·재판과정에서 신속하고도 실질적인 권익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이번에 시행되는 법률조력인 제도는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법무부가 제출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개정안은 성인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 혜택을 제공토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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