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이민2세, 미국시민권자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계층이 국내에 마약을 들여와 흡입·판매하다 적발됐다. 국내 대기업 법무팀의 억대 연봉 국제변호사부터 유명어학원 영어강사까지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회중 부장검사)는 15일 외국에서 몰래 들여온 마약을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국제변호사 박모(34)씨, 유명어학원 P학원 강사 김모(27)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다른 국제변호사 엄모(33)씨 등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민2세 박씨는 미국 유명 로스쿨을 졸업한 뒤 국내 대기업 S사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며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14차례에 걸쳐 대마 58g을 906만원에 판매하고, 두 차례에 걸쳐 22g을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본인도 대마를 즐기던 박씨는 교포·유학생 등과 어울리며 대마판매자와 흡연자를 연결시켜주거나 본인이 직접 판매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함께 S사에서 근무하다 D사로 자리를 옮긴 미국시민권 보유 국제변호사 엄씨에게도 대마 매수 및 흡연을 권해 엄씨 또한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4회에 걸쳐 대마를 흡연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 국제변호사는 사건이 불거진 후 모두 퇴직처리됐다.
검찰은 또 어린이를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던 미국 국적 어학원 강사, 대학생 등 이민2세들이 다량의 마약 판매에 나선 사실을 확인했다.
유명어학원 P학원 강사 김씨는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마 42g을 529만원에 판매한 것 외에도 대마 38g, 코카인 55g, 엑스터시 40정을 보관하다 적발됐다. 김씨는 대마 흡연기구, 소형 전자저울을 지니고 다녀 전문 대마판매상으로 의심받고 있다.
미국 대학을 휴학하고 국내에서 영어과외를 하던 정모(23·구속기소)씨도 2010년 말부터 지난해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대마 35g을 500만원에 판매했다. 그 밖에 전직 모델·단역배우 출신인 회사원 류모(33·구속기소)씨, 미국 유학생 조모(26·불구속기소)씨, 정모(26·불구속기소)씨 역시 지난해 대마를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결과 이들은 잦은 외국출입국을 통해 마약을 입수하거나 국내에 잠입한 미국인 갱 박모(24)씨로부터 마약을 공급받고 익명으로 신분을 위장해 내·외국인에게 마약을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를 피해 달아난 미국 갱 박씨에 대해 기소중지 조치하는 한편 신병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제변호사, 영어강사 등 '화이트칼라' 계층 외국인의 마약범죄가 만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미지역으로부터 마약류 수입 및 관련 외국인 마약사범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향후에도 외국인 마약사범과 신종 마약사범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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