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14일 인천 문학구장은 쌀쌀했다. 거센 바람까지 더해져 그라운드는 더없이 차가웠다. 연습경기를 앞둔 SK와 한화 선수들은 몸을 풀며 추위를 호소했다. 타격훈련을 마친 타자들은 바로 난로로 달려가 몸을 녹였고, 몸을 푼 투수들은 재빨리 더그아웃 안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경기에 쏠린 시선은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평일 오후 열린 연습경기에도 불구 300여명의 관중이 자리했다. 취재진도 40명이 넘었다. 몇몇 기자들은 “관중만 꽉 차면 한국시리즈 분위기”라고 농담을 했다. 실언이 아니었다. 현실로 드러난 ‘박찬호 효과’였다.
박찬호는 이날 오후 1시 열린 SK와의 연습경기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12월 한화 입단 뒤 국내에서의 첫 등판. 추위 탓인지 투구내용은 다소 부진했다. 출발부터 그랬다. 1회 정근우와 임훈에게 연속안타를 얻어맞아 순식간에 무사 1, 3루의 위기에 몰렸다. 박찬호는 이내 최정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 첫 실점을 헌납했다. 하지만 특유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추가 실점 없이 1회를 매조지었다. 박찬호는 2회 불안한 출발을 만회했다. 선두 타자 김강민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후속 조인성을 병살타로 묶었다. 이어진 박진만으로부터 첫 삼진도 잡아냈다. 그러나 상승 곡선은 길지 않았다. 3회 김재현과 정근우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또 한 번 무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임훈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맞아 1점을 더 헌납한 박찬호는 최정에게 연속 적시타까지 얻어맞아 3실점째를 기록했다. 박찬호는 정상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브라이언 배스와 교체됐다. 배스가 이호준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사이 대주자 안정광이 홈을 밟아 자책점은 4점으로 늘어났다.
제구는 다소 높고 변화구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박찬호는 이날 직구, 투심, 커브, 체인지업 등을 고르게 구사했다. 특히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로 투심을 자주 던졌다. 최고 구속 147km를 찍었지만 구위는 타자들을 압도하기에 조금 부족했다. 추운 날씨 탓인지 초반 제구는 자주 한 가운데로 몰렸다. 카운트를 잡으려고 던진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이전보다 예리한 맛이 덜 했다. 이날 던진 63개의 공 가운데 볼은 27개였다.
결과적으로 한화와 박찬호는 이날 경기에서 큰 소득을 얻을 수 없었다. 박찬호는 허리와 햄스트링 등에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다. 추위는 충분히 재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박찬호는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던 2001년 시범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불안한 첫 발을 내딛은 바 있다. 일본리그에서 뛴 지난해 역시 같은 이유로 5월을 마지막으로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대화 감독은 경기 전 “60개를 던지게 할 생각이지만 날씨가 추워 더 줄여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발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더구나 타선은 6회까지 진행된 경기에서 단 1점을 뽑는데 그쳤다. 지난해 오릭스에서 좀처럼 타선 지원을 받지 못했던 박찬호는 또 한 번 불길한 예감을 느껴야 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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