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주명 칼럼]오너 리스크와 법인격 방패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이주명 칼럼]오너 리스크와 법인격 방패
AD

[아시아경제 이주명 논설위원]'오너 리스크(owner risk)'가 어느새 기업 리스크의 일종을 지칭하는 정식 용어처럼 쓰이게 됐다. 우리말로 옮기면 '소유주 위험'이나 '기업주 위험'쯤 되겠다. 대주주(지배주주)와 관련된 사건이나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이 기업에 타격을 주고 이해관계자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을 가리킨다. 주주를 대리하는 경영자가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니 '경영자 위험'이니 하는 말로 지칭됐다. 이에 비해 오너 리스크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그것도 외환위기 이후에나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말이 요즘 언론을 중심으로 부쩍 많이 사용된다. 흔히 '회장'으로 불리는 대기업 지배주주와 관련된 사건이 많이 발생해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선친이 남긴 차명주식의 상속을 놓고 형제들과의 분쟁에 휘말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배임ㆍ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탈세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은 횡령ㆍ배임죄가 인정되어 실형을 선고 받았다. 모두 주가 하락과 사업 차질 등 여러 측면에서 해당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런 일이 빈발하다 보니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재벌기업의 오너 리스크와 투자자 보호 방안'이라는 논평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입법조사처는 "오너 리스크는 외국의 경우 독단경영으로 인한 경영실패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배임이나 횡령 등의 범죄적 내용이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해 기업 위험에서의 후진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좋은 것도 아닌 오너 리스크마저 후진적이라니 더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우리의 오너 리스크가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상장 대기업만의 문제라면 투자자 보호 방안만 강구하면 될지 모른다. 상장 대기업은 내부감사 체제를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영이 투명한 데다 증시감독 기관의 감시도 상시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모의 대소를 떠나 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비상장 기업 중에도 오너 리스크가 심각한 경우가 많다.

비상장 기업에서는 투자자 보호보다 종업원과 채권자 보호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중소기업의 오너 경영자가 회사 돈을 개인재산으로 착각해 개인적인 목적으로 운영하다가 잘못되면 종업원과 채권자가 무방비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오너가 회사 돈을 가지고 투기적 금융 및 부동산 투자에 나서거나 개인적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다가 큰 손실을 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경우 자칫하면 현금시재가 고갈되어 임금을 체불하거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기업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사업체도 주식회사로 법인화했다면 대주주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주식회사에 법인격을 부여해 의무와 함께 권리의 주체가 되게 하는 것, 담보가 불충분해도 외부 자금을 쉽게 빌릴 수 있게 해주는 것, 주주 책임의 유한성을 인정해 주는 것 등도 다 그렇기에 주식회사에 제공되는 사회적 혜택이다. 주식회사 대주주가 이런 혜택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다가 문제를 일으킨 경우에는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부인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 대주주에게는 주식회사가 법률적 면책의 방패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현실에서는 주식회사의 이해관계자가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한 게 사실이다.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이에 관한 개선 대책이 요구된다. 소수주주권과 종업원 경영참여권을 강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