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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격>, 속물들의 세계를 해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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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격>, 속물들의 세계를 해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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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격> 4회 JTBC 수-목 밤 8시 45분
<아내의 자격>은 첫 회에서 서래(김희애) 가족이 한강을 건너 대치동에 입성하는 과정을 지도와의 교차 편집으로 그려내면서 단순한 물리적 차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 강북과 강남의 경계를 강조한다. 단지 강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서래의 삶은 통째로 흔들린다. 자율학교에서 “자기주도식 교육”을 시켜온 아들은 모든 기준이 입시 위주로 재편된 강남 교육시장에서 열등생이 되고, 남편이 속물본색을 드러내면서 괴로워진 서래는 자신의 가치를 교감할 수 있는 태오(이성재)와 불륜에 빠지게 된다. 즉 이 드라마는 “경쟁 대신 존중이 넘치는 세상”을 꿈꾸던 한 중년 주부가 “약육강식의 논리와 8:2의 법칙”이 지배하는 살벌한 세계로 이주하며, 그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방황하면서 ‘어머니의 자격’에 이어 ‘아내의 자격’까지 의심받게 되는 상황을 그린다.


사교육열풍과 불륜 코드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이를 관통하는 진짜 주제는 한국 상류계급의 속물성과 허위의식에 대한 비판이다. MBC <아줌마>와 <변호사들>에서 지식인계급과 권력층의 위선을 날카롭게 꼬집었던 작가의 장기가 다시금 발휘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주로 풍자되는 ‘강남특별구’ 구성원들은 1퍼센트 최상위층에 속한 인물들보다 그에 속하기 위해 그 계급을 모방하며 서바이벌 시스템에 적극 투신하는 중상위층이다. 현실에 비판적인 척 하지만 내심 ‘초일류인간’인 매제 현태(혁권) 집안을 선망하는 서래의 남편 상진(장현성)이 대표적 사례다. 그 같은 유형의 인물로 가득한 강남에서 가식 없이 솔직한 서래는 이질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 명진(최은경)이 서래의 불륜에 집착하는 이유에는 그녀가 결국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위선적 인물임을 확인하고 싶은 심리가 깔려 있다. 그 속물들의 세계에 대한 해부와 저도 모르게 그 중심에 깊숙이 빠지게 된 한 여성의 혼란스런 내면 묘사만으로도 <아내의 자격> 초반부는 계속 지켜볼만한 가치를 입증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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