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새누리당이 5일 4ㆍ11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 사상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대항마로 27세 손수조 후보를 낙점한 건 그를 '필승카드'로 여겼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지더라도 정치적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고, 동시에 문 상임고문의 바람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는 게 더욱 설득력 있다.
문 상임고문은 민주통합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임과 동시에 이번 총선을 앞두고 야권 중심으로 형성된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핵심 인물이다. 손 후보로는 버거운 게 사실이다.
이런 배경 탓에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의원 등 거물급 인사를 문 상임고문과 격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부산 사상에 거물급 인사를 내려보낼 경우 자칫 판이 커져 '정권심판론'에 기름을 붓는 역효과가 날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존재했다.
이 지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것이다. 대선에서 전(前) 정권 심판 구도, 총선에서 현(現) 정권 심판 구도가 얼마나 휘발성이 강한 지를 새누리당이 간과할 리 없다.
더구나 문 상임고문을 상대할 정도의 거물로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그늘'을 벗어나는 인물을 찾기도 쉽지가 않다.
결국 새누리당으로서는 부산 사상에서의 승리 뿐만 아니라 패배의 방정식도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손 후보를 내세울 경우 지역에서의 총선 이슈를 '현 정권 심판'이 아닌 '기성과 신예의 대결' 구도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도가 자리를 잡는다면 새누리당은 심판론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고, 패배에 따른 상처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필승'보다는 '어떻게 지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포석이란 얘기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손수조 카드'를 두고 "좋게 보면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어차피 힘들다는 판단에서 나온 '꼼수'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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