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2900. 출판계는 요즘 이 숫자로 뜨겁습니다. 지난 1월 올재(이사장 홍정욱)가 펴낸 '올재 클래식스'의 첫 번째 시리즈 얘깁니다.
고전과 예술이 가진 지혜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는 취지에서 출범한 올재. 그리고 그런 올재의 바람을 담은 고전 완역본 시리즈 '올재 클래식스'.
'올재 클래식스'의 첫 시리즈는 '한글논어'와 '정치학', '국가', '고운집' 등 4권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가격은 1권당 2900원입니다. 누구나 쉽게 고전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올재 클래식스'의 철학입니다.
이렇게만 본다면 '올재 클래식스'는 좋은 기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출판계에선 2900원이라는 가격을 두고 '인문 출판사들에게 침을 뱉고 칼을 꽂는 행위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올재 클래식스' 때문에 그동안 2900원에 살 수 있는 책을 비싸게 사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는 이제 누가 1만원 혹은 2만원을 주고 고전을 사보겠느냐는 말이었습니다.
'인건비와 인쇄비,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권당 2900원은 출판사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이 가격으로 책을 내다가는 망한다'. '올재 클래식스'가 내놓은 가격, 2900원에 대한 출판사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소외계층과 인문고전을 나누려는 게 진정한 뜻이라면 분명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겁니다. 기존 인문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을 기업 후원을 받아 공공도서관에 기증하는 것과 같은 방법 말입니다. 멀리 본다면 공공도서관을 더 짓고, 각 도서관의 책 구입비를 늘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올재 클래식스'는 앞으로 100권까지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롯데마트가 지난 2010년 선을 보였다가 1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한 '통큰 치킨'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일까요.
5000원짜리 '통큰 치킨'이 최근 7000원짜리 '큰 치킨'으로 돌아온 걸 보면 정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큰 치킨'도, '올재 클래식스'도 중소 치킨 업체와 인문 출판사들을 죽이는 악수(惡手)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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