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그간 '팔자'세로 일관하던 기관이 지난 이틀간 강한 매수세를 나타내면서 본격적인 '바구니 채우기'에 돌입한 것인지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움직임만을 놓고 기조 변화를 예상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비쳤다. 전략변화 보다는 펀드 환매압력이 일단락된 점이 '사자' 우위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29일 이틀간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364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1월20일 이후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 23거래일 동안 '팔자' 행진을 이어오며 총 4조447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이틀간의 '사자'세는 특정 업종에 대한 쏠림현상이 뚜렷했다. 이 기간 기관은 운수장비 업종만 3633억원어치를 담았다. 운수장비 업종에 포함된 조선주들에 러브콜을 보낸 결과였다.
최근 대형사들의 수주 소식이 연일 이어진 데다 업황개선 기대감도 커지며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고무된 영향이다. 이틀간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위가 현대중공업(1125억원)이었고 삼성중공업(681억원), 대우조선해양(563억원), 현대미포조선(297억원) 등도 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전기전자(IT) 업종 역시 142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일본 엘피다의 파산 신청으로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경쟁업체들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진데 따른 결과다. 기관은 이틀간 하이닉스를 951억원어치 사들였고 LG전자(311억원), 삼성전자(293억원) 등도 강하게 사들였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기관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딱히 기조 변화라기보다는 2000선에서 펀드 환매물량을 많이 소화하면서 환매 압력이 잦아든데 따른 변화"라며 "쌓여있던 캐시로 급하게 비중 맞추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가격매력이 있거나 이슈로 주목받는 특정 업종으로의 '사자' 쏠림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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