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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홍명보 호', 와일드카드 약 될까? 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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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홍명보 호', 와일드카드 약 될까? 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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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 23일 새벽(한국시간) 오만을 3-0으로 꺾고 런던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홍 감독은 올림픽 본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 와일드카드란 23세 이하로 출전선수 나이를 제한하는 올림픽 남자 축구에서 팀당 세 명씩 보유할 수 있는 24세 이상의 선수들을 일컫는다.

축구 팬들은 우리나라가 7회 연속, 통산 9번째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짓자마자 박주영, 이청용, 이정수, 정성룡 등 포지션별로 와일드카드 후보들을 거론하고 있다. 홍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와일드카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오만 전에 최선을 다하고 돌아온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생각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다음 달 14일 홈에서 열리는 카타르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와일드카드는 선택사항이다.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은 단 한 장의 와일드카드도 쓰지 않았다. 이들은 미국에 0-1, 나이지리아에 1-2, 네덜란드에 0-1로 내리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채택된 건 올림픽 남자 축구의 흥행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연령대를 벗어난 선수의 기용은 팀워크 등 조직력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선후배 위계질서가 강한 나라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올림픽 대표팀은 런던 올림픽 예선을 치르는 동안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소집하지 않았다. 국내 프로 축구 K리그 선수와 대학 선수, 일본 리그와 중국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이번 오만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남태희는 예선 기간 유일하게 서아시아 리그(카타르)에서 차출했다.

각 클럽은 국가대표팀이 소속 협회를 통해 차출 요청을 하면 국제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23세 이하 대표팀은 다르다. 그래서 홍 감독은 손흥민, 지동원 등 유럽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불러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이 선수들은 와일드카드와 관계없이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게다가 대회 기간은 유럽 리그의 오프 시즌이다. 와일드카드 이전에 두 자리 정도는 예선을 뛰지 않은 유럽 리그 선수들이 차지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와일드카드 3장을 포함시키면 예선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들어갈 자리는 크게 좁아진다. 13명이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남자 축구 올림픽 엔트리는 18명이다.


조금 다른 예지만 국내 축구계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때 서독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차범근을 대표팀에 합류시키는 문제를 놓고 찬반 의견이 반으로 갈렸다. 합류를 반대하는 쪽이 내세운 이유는 예선에 뛰지 않은 차범근을 본선에 내세우면 팀워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차범근은 본선에서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아르헨티나와 불가리아, 이탈리아와 치른 조별 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공격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분데스리가 선수라는 배경만으로도 상대 수비수들은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굳이 표현하자면 차범근은 와일드카드였다. 이탈리아전에서 골을 넣은 최순호는 차범근이 분데스리가로 진출한 뒤인 1981년 호주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두 선수의 나이 차는 10살에 가깝다.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홍명보 호', 와일드카드 약 될까? 독 될까?


그간 한국 축구는 와일드카드를 사용한 올림픽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반면 나이가 자연스럽게 제한되는 연령대별 대회에서는 비교적 선전을 거듭했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U 20 남자 월드컵)의 경우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에 이어 1991년 포르투갈 대회(남북 단일 코리아 출전) 8강, 2003년 아랍에미리트 대회 16강, 2009년 이집트 대회 8강, 2011년 콜로비아 대회 16강 등이 대표적이다. 출전한 거의 모든 대회에서 수준급 경기력을 선보였다.


스포츠계에서는 와일드카드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와일드카드는 포스트시즌에 추가로 진출하는 팀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3개 지구 1위 6개 팀 외에 리그에서 승률이 가장 좋은 2개 팀(와일드카드)이 더 해져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나서 우승한 구단으로는 플로리다 말린스(1997년? 2003년), 애너하임 에인절스(2002년), 보스턴 레드삭스(2004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2011년) 등이 있다. 미식축구 등 미국 프로 스포츠는 와일드카드를 활용해 종목의 흥미를 일으키고 흥행을 꾀하고 있다.


올림픽의 경우 남자 축구와 달리 유도와 양궁 등에서 경기력 수준이 낮은 대륙이나 나라를 위해 와일드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유도 48kg급 금메달리스트인 북한의 계순희가 와일드카드의 대표적인 수혜자다. 와일드카드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낳는 등 스포츠의 재미를 더하는 유용한 제도다. 그러나 역대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에게는 썩 유용하지 않았다.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와일드카드로 올림픽 무대를 밟을 뻔했던 홍 감독이 와일드카드와 관련해 어떤 결단을 내릴지 궁금하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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