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동유럽 프로축구 닮은 프로배구 승부조작

시계아이콘01분 4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프로축구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국내 축구계가 발칵 뒤집어졌던 게 엊그제 같다. 이번에는 프로배구 V리그다.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사건이 알려진 지난 8일 이후 적잖은 지인들이 글쓴이에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구에서는 승부 조작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

조금씩 드러나는 베팅 사례를 살펴보면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불법 사설 토토 사이트에서는 승패 자체를 조작하기 보다는 서브 성공과 범실, 디그 성공과 실패 등 선수들의 세세한 플레이에 배팅을 했다. 6명이 모두 짜지 않는 한 승부 조작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 ‘검은 손’들에게는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어쨌거나 이번 사건은 지난해 프로 축구와 전개 과정이 판박이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정구단에서 사건이 터지고 그 여파가 상무(국군체육부대)로 이어지며 규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에서는 없었던 여자 리그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는 게 그저 다를 뿐이다.

이번 사건과 거의 같은 시기, 동유럽 프로축구 리그에서 횡행하는 승부 조작의 실체 가운데 일부가 밝혀졌다. 국제프로축구선수연맹이 동·남유럽 12개국에서 뛰는 선수 3357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23.6%는 자기 리그에서 승부 조작이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눈길을 끈 내용은 동유럽에서는 선수들의 급여가 제때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승부 조작이 기승을 부린다고 지적한 점이다. 생활고를 겪게 되는 프로 선수들이 거금을 제시하는 승부 조작 세력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유럽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41.1%가 급여 체불을 겪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승부조작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프로축구에서도 그랬고 이번 프로배구에서도 상무 선수거나 상무에 있을 때 승부 조작 사건에 연루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동유럽의 사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프로리그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이 군 복무를 위해 상무에 입대하면 수입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프로야구의 경우 ‘군 보류 수당’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군대에 간 선수들에게 입대 전 연봉의 25%를 지급해 입대 선수들의 경제생활을 돕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08년 이 수당을 일률적으로 폐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받아들여 구단별로 자율적으로 시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8개 구단들은 모두 프로 야구 초창기인 1980년대부터 시행한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일정한 금액을 넘지 않은 ‘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다. 올 시즌의 경우 연봉 1억 원 이상 선수는 100명을 넘는다. 고액 연봉자가 입대할 경우 25%를 적용하면 구단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책정한 상한 금액은 1200만 원이다.


현재는 삼성화재 소속이지만 상무에 있을 때 저지른 승부조작 사실을 자진 신고한 선수는 일부러 실수를 하면 한 번에 400만 원을 챙길 수 있어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종목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국내 프로스포츠의 경우 20대 초반에 억대 계약금과 수천만 원대 연봉을 받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오로지 운동만 하고 10% 안팎의 입단 성공률을 통과한 보상이기는 하지만 어린 나이에 많은 돈을 만지게 되니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승부조작 사건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 악령처럼 떠돌고 있는 배금주의와 황금만능주의 등 천민 자본주의의 폐해가 스포츠계에도 밀려들고 있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이종길 기자 leemean@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