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드 호주총리 "재신임 묻겠다" 승부수

"27일 재신임 투표 실시..지지 못 얻으면 물러나겠다"고 밝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가 27일 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길라드와 갈등을 빚었던 전직 총리이자 현 외교통상부 장관인 케빈 러드가 사임을 발표한지 하루만이다.

길라드는 집권 노동당이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이 총리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신임 투표를 통해 동료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지를 받지 못 하면 평의원으로 물러날 것이라며 사실상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러드 장관도 비슷한 약속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길라드는 지난 2010년 6월 광산업체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던 러드를 몰아내고 자신이 호주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에 올랐다. 하지만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물러난 러드는 호시탐탐 총리 복귀를 노리며 길라드와 갈등을 빚었다. 전날 러드가 외교통상부 장관을 사임한 것도 총리 복귀를 노린 승부수였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호주에서는 러드 총리가 길라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길라드는 노동당이 내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 조치들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집권 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길라드 총리는 취임 직후 자신의 재임 기간동안 탄소세 도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난해 탄소세 도입을 추진해 여론의 반발을 샀다. 최근 길라드의 지지율이 러드와 야당인 자유당의 토니 애보트에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러드 장관은 전날 워싱턴에서 "길라드 총리의 지원 없이 더는 외교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길라드는 러드가 총리로서 정국을 혼란스럽게 했다며 러드를 비난했다. 길라드는 재신임 투표 이후 노동당이 단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