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의 소비 트렌드 변화..실속파 겨냥한 마케팅 늘어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직장인 최모씨(28세, 여)는 최근 '저렴이(저가화장품의 애칭)'로 화장품 브랜드를 바꿨다. 얼굴에 바르는 것 만큼은 비싸더라고 외국 유명브랜드를 고집했던 그녀지만 싸고 품질도 좋다는 친구의 추천에 샘플을 써본 결과 큰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 최씨는 "물가가 많이 올라 지갑열기가 버겁던 차에 싸고 품질도 좋아 바꿨다. 싸면 비지떡이라는 것은 이제 옛말"이라고 말했다.
안 오른 물건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소비트렌드가 알뜰ㆍ실속구매로 바뀌고 있다.
특히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유명브랜드만 찾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의 변화는 놀랍다. 고가의 외제브랜드만 즐겨찾던 것에서 품질좋은 초저가 상품이 입소문을 타며 소비습관까지 바꾸고 있는 것. 고물가가 명품과 초저가라는 소비가격양극화 현상을 뚜렷히 만들고 있다.
실제 지난 한달(1월13일~2월12일)간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서 로드샵 화장품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뷰티 베스트셀러 중 1만원 대 이하 화장품도 다수 포진돼 있다. '미스티안 페이셜미스트 50ml'(6500원)는 지속적인 입소문으로 판매가 증가해 스킨케어 제품 중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화장품 구매자는 후기를 통해 "과거 로드샵 화장품은 싼 맛에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요즘은 높은 품질로 대세"라며 "용량도 부족함 없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옥션에서도 같은 기간 '저렴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늘었다. 역시 1만원대 초반의 저렴한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11번가의 1만원대 이하 초저가 화장품(컬러 메이크업 카테고리)의 1월 매출도 전월 보다 약 20% 늘었다. 특히 리오엘리, 이글립스와 같은 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은 50%나 급증했다.
이같은 저렴이 화장품 열풍에는 마케팅의 효과도 컸다. 지난해에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브랜드를 가리고 테스트를 한 결과 명품브랜드 제품을 제치고 저가 화장품들이 상위 순위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
또 로드샵 화장품을 중심으로 명품화장품을 벤치마킹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인 것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화장품에 앞서 의류에서는 이미 지난해 제조유통 일괄형 의류(SPA)브랜드가 한국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유니클로의 경우 지난 해 하루 매출이 36억원을 기록할 정도였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옷값 거품을 뺀 브랜드가 소위 대박을 친 것도 젊은 소비층의 소비트렌드가 변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국내 패션의류업체들도 잇따라 옷값을 내리고 있다. 주요국가에 비해 국내 옷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데다 반값TV등 가격 파괴바람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G마켓 관계자는 "계속되는 경제 불황에 따른 고객들의 소비 심리 변화를 뚜렷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무조건 비싼 브랜드를 선호하기보다는 싸고 기능면에서 우수한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저렴이 같은 초저가와 함께 명품 열풍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가방, 시계, 보석 등 눈에 띄는 브랜드는 고가를, 패션, 의류, 화장품 처럼 눈에 띄지 않는 브랜드는 저가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명품과 초저가상품의 소비가격양극화는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물가상승으로 한국인의 소비형태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표)최근 가격 인하 의류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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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상품군) 인하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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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폴(캐주얼) 30~50% 인하
타운젠트(남성복) 평균 30% 인하
톰보이(여성캐주얼) 평균 20% 인하
코모도스퀘어(남성복) 평균 25% 인하
톰키드(아동복) 15~20% 인하
예츠(여성캐주얼) 30~40% 인하
지오투(남성복) 평균 30%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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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각 업체)
(표)온라인 쇼핑몰 저가 화장품 매출 추이
쇼핑몰--------------기간------매출 증가폭
G 마켓 1월13~2월 12일----22%(전년비)
옥션 1월13일~2월12일-----30%(전년비)
11번가 1월1일~1월31일-----20%(전월비)
(자료 각 업체)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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