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곤층 절반이 1,2인가구..소외의 사회 그림자 짙어진다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성북구 미아동에 사는 박동만(74ㆍ가명) 할아버지 부부는 매일 아침 7시 지하철 2호선에 오른다. 내외는 양방향 전동차에 나눠타고 세 시간 동안 승객들이 놓고 간 무가지를 주워 담는다. 아들이 있지만, 아들 역시 생활비를 보태줄 형편은 못된다.
뇌졸중을 앓아 손이 불편한 할아버지는 몸놀림이 더디다. 두 내외가 쉴새 없이 모은 폐지를 팔면 하루 1만5000원 정도가 생긴다. 그나마 무가지가 안 나오는 주말을 빼면 닷새 벌이라 월수입은 채 40만원이 안 된다. 월세를 내고 쌀을 팔면 난방비 대기도 빠듯하다.
박 할아버지 부부처럼 입에 풀칠하는 일이 걱정인 빈곤인구의 절반이 1, 2인 가구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개 노인들만 살거나 조부모와 미성년 손자만 있는 조손가구, 혹은 부모 중 한 쪽이 없는 한부모 가구들이다.
이들의 빈곤율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정치권이 외치는 '보편적 복지'의 그늘에 응급처치가 필요한 사각(死角)이 있음을 일깨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가구유형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0년 1인당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빈곤인구 중 1인 가구주의 비율이 23.6%에 다다랐다. 2인 가구에 속한 구성원도 31.3%에 이르렀다. 둘을 합치면 54.9%. 빈곤인구의 절반을 넘는 사람이 1, 2인 가구 구성원이라는 의미다.
보다 걱정스러운 건 이런 추세가 고착화,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빈곤인구로 추락한 1, 2인 가구 비중이 4년 새 8%포인트 급증했다. 4년 전인 2006년에는 전체 빈곤인구 가운데 1인 가구 구성원의 비율이 16.6%, 2인 가구 구성원의 비율이 30.3%였다. 둘을 합쳐도 빈곤인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46.9%)을 밑돌았다.
1, 2인 가구 사이에도 온도차는 있었다. 그나마 2인 가구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지만, 홀로된 노인들이 주를 이루는 1인 가구의 빈곤율은 4년 새 가파르게 상승했다. 1, 2인 가구의 빈곤율 상승분(8%포인트) 중 7%포인트가 1인 가구 몫이었다.
1, 2인가구는 상대빈곤율도 높았다. 중위소득의 50%를 밑도는 빈곤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중은 종전 40.6%에서 2010년 45.5%로 늘었다. 빈곤가구에서 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6.3%에서 28.2%로 증가했다. 여기서도 1인 가구의 상대빈곤율이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2인 가구 중 빈곤인구는 대개 노인이었다. 2010년 빈곤인구에 속한 1인 가구주 10명 중 7명 이상이(72%)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빈곤인구로 분류된 2인 가구 구성원 사이에서도 68.2%가 60대 이상의 노인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의 상대빈곤율에는 청년실업과 경기둔화도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30대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의 상대빈곤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다. 30대 1인 가구의 상대빈곤율은 2006년 12.2%에서 4년 새 16.4%로 상승했다. 60대 이상 1인 가구의 상대빈곤율 역시 65.9%에서 71.0%로 늘었다.
한부모 가구의 빈곤 문제는 더 심각했다. 구성원 중 한 명은 경제 활동이 불가능한 미성년 손자 혹은 자녀이기 때문이다. 조손 혹은 한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2인 가구의 상대빈곤율은 2006년 24.4%에서 2010년 27.4%로 늘었다. 증가세도 고민거리지만, 전체 빈곤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문제다. 내외로 구성된 2인 가구 빈곤율(12.98%)과 비교하면 이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어림잡을 수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KDI가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복지 정책의 틀을 새로 짤 계획이다. 가구 구조의 변화를 복지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정치권의 복지 경쟁에 대응하면서 중ㆍ장기적으로 챙겨야 할 과제를 추려보겠다며 '복지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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