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조종사가 비행기를 운전한다고?
[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인도네시아 항공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 최대 항공 조종사들이 마약에 취한 채 오랜기간 항공기를 운항해 온 것이 경찰에 적발된 것.
최근 몇년 간 인도네시아에서 잇따른 비행기 사고가 이어지자 경찰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조종사를 비롯한 항공사 직원들이 약물을 소지하고 있는 등 안전규정을 무시하는 위법행위가 드러났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이 지난 4일 국내 최대 민간 항공사인 라이온에어(Lion Air) 조종사를 마약류 각성제인 크리스탈 메탐페타민(Cristal methamphetamine) 소지 및 복용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교통 당국은 지난 1년간 조사를 벌인 끝에 지난 7개월 여간 라이온에어 4명의 조종사들을 마약 혐의로 체포하고 '비행 자격증'을 철회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단일 항공사 최대 규모 발주를 한 라이온에어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됐다.
세계 4번째 최대 인구국인 인도네시아는 최근 신흥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중산층의 항공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교통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항공 승객수가 전년대비 15% 증가한 66만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항공 수요는 전년보다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교통자원부는 덧붙였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내 항공 수요가 증가하자 라이온에어는 지난해 11월 보잉 737기 230대를 발주했다. 217억 달러에 달한 이 계약은 단일 항공사 주문으로는 최대 규모다.
교통 당국은 "항공업계는 조종사들에게 지나치게 긴 시간동안 일하도록 지시하고 있다"면서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 57개 중 7000명의 조종사가 일하고 있는데 조종사 수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약기관인 베니 마마토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임금이 높은 일부 조종사들 사이에서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 마약을 구입해 복용하는 것이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교통 외무성 에르반 대변인은 "국내 모든 항공사의 조종사를 포함한 항공사 직원 전원의 정기 건강검진을 받게 해야 한다"면서 "특히 미국, 호주와 같이 조종사들은 비행 자격증을 받기 전 약물 및 알코올 검사 수치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는 항공사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을 뿐 법적으로 모든 조종사의 의무 이행 사항은 아니다.
교통외무성 대변인은 이어 "무작위로 항공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면서 재발 방지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인도네시아의 이와 같은 허술한 규정 때문에 유럽연합(EU)은 라이온에어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항공상 이·착륙을 금지하고 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