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사회서 오명 이사장측 인물들 이사 선임, 스스로 물러나길 바라지만 안되면 퇴임안 상정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스스로 물러날까, 아니면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될까.
7일 열린 KAIST 이사회가 서 총장의 퇴진 문제를 안건으로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새롭게 이사진 3명을 바꾸면서 서 총장을 압박했다. 이사회는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재적이사 15명 중 12명의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임기가 끝난 이사 4명의 후임으로 곽재원(58)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김영길(73) 한동대 총장(연임), 김춘호(55)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정길생(71)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을 선임했다. 김영길 총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오명 이사장측 인사들이다.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은 오명 이사장 등 3명이 추천했으며, 곽재원 부회장과 정길생 한림원장은 각각 2표씩 받았고 김영길 총장은 3표를 받았다. 서 총장이 추천한 김창원 이사는 1표밖에 얻지 못해 탈락했다.
이사진이 새로 꾸려지면서 16명의 이사 가운데 정부에서 3명, 오명 이사장, 이날 선임된 신임이사 3명이 서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 퇴임에 필요한 8명엔 부족하지만 기존 이사들이 가운데 서 총장에게 비판적인 인사들도 있어 퇴임안 표대결로 가면 퇴임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오 이사장쪽에선 지난 해 말부터 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서 총장은 지난 해 12월20일 이사들에게 쓴 편지에서 "오 이사장이 취임 뒤 여러 차례 사임할 것을 요구했다. 2주 전에는 교과부 담당국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했다"면서 "나의 의사와 관계 없는 사임을 하면 KAIST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다. 자진 사퇴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7일 열린 이사회의 이사 교체는 서 총장이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라는 교과부와 오 이사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다음 이사회에 서 총장 퇴임안이 상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총장을 밀어낸 이사회란 오점이 남기에 이사회는 서 총장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이사회가 서 총장에게 학내 교수들, 학생회 등과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지라고 요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풀이된다. 학생·교수들과 대화에서도 소통이 안된다면 이사회가 나서 서 총장 퇴진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 총장 스스로 물러나거나 이사회에 의해 불명예 퇴진을 하던 서 총장의 임기는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한편 서 총장은 지난 달부터 학생들과 10여 차례 대화를 하고 있으며 3월부터 각 학과를 돌며 교수들과 대화키로 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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