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임시 이사회서 오명 이사장과 가까운 곽재원, 김춘호, 정길생씨 등장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회가 ‘친 오명 이사장’쪽 사람들을 이사로 선임, 서남표 총장 자리가 위태롭게 됐다. 이사회가 서 총장 해임결의안 통과 과반수 이상이 오 이사장쪽으로 채워졌다.
특히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서 총장 해임안이 안건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KAIST 이사회는 7일 오전 임시회의를 열고 학칙 중 개정학칙(정보보호대학원 신설), 새 이사선임 등 2개 안건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임기가 끝난 3명의 이사와 물러난 이사 1명 등 4명의 새 이사를 이사들의 추천으로 선임했다.
임기가 끝나거나 물러난 이사는 김영길 한동대 총장, 양규환 가천대 석좌교수, 김창원 AMKORA & ECO 회장 겸 이사며 서울대 법인이사로 선임된 변대규 휴맥스 대표는 물러났다.
새 이사로는 곽재원(58)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김영길(73) 한동대 총장, 김춘호(55)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정길생(71)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이 선임됐다.
서 총장은 화와이대에서 이사장직 등 이사 6년, KAIST 이사를 3년간 한 김창원 AMKORA&ECO 회장을 추천했으나 떨어졌다.
선임된 이사 4명은 정관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승인을 받은 뒤 3년의 이사임기를 보내게 된다.
특히 4명의 새 이사 중 김영길 한동대 총장을 뺀 3명이 오명 이사장쪽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어 오는 3월 열릴 이사회서 서 총장 사퇴를 압박할 수 있는 키드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은 오명 이사장이 건국대 총장 시절 대외부총장을 지냈고 정길생 원장은 오 이사장이 건국대 총장 취임 직전총장이었다.
16명의 이사 중 서 총장을 빼고 15명 가운데 ▲정부쪽 인사(교과부·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 관료) 3명 ▲신임이사 3명 ▲이사장 표까지 7명이다.
여기에 서 총장이 추천한 이사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다른 이사들도 서 총장을 거들기보다 중립이나 오 이사장쪽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커졌다. 서 총장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만들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사회는 해임결의안을 내는 것도 부담이다. 총장을 해임한 첫 이사회란 흠이 생긴다. 때문에 이사회가 서 총장이 요구해온 “스스로 물러날 때”를 기다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 이사장과 교과부 등에서 서 총장에게 물러날 것을 요청해왔고 서 총장은 “물러날 때는 내가 정한다”며 “내가 물러나면 교수들로부터 밀려 사퇴했다는 선례를 남긴다”고 버텨왔다.
한편 이날 이사회는 학교혼란의 이유를 듣기 위해 교수협의회와 교수평의회 간부들을 불러 이들의 주장을 들었다.
경종민 교수와 김정회 교수 등 교수협의회쪽 2명과 강성호 교수와 김종득 교수 등 교수평의회측 2명을 참석시켜 학내상황과 관련된 의견을 들었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이사회 참석 뒤 “서 총장이 물러나야하는 이유를 모두 설명했다”면서 “서 총장 퇴진 만이 학교의 올바른 개혁으로 가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 회장 말이 끝난 뒤 이사들은 경 회장에게 카이스트의 나아갈 방향 등과 퇴진운동의 한계 등을 물었다.
한 이사는 “대학과 교수협의회, 총학생회가 이 학교의 주인”이라며 “자주 만나 대화하고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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