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미 행정부의 제재 발표가 나온 지난 달 23일자로 신용장(L/C) 개설 등 테자랏은행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의 금융거래를 전면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란과의 일방적인 계약파기 등 수천억원대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어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7일 아시아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미국 재무성 산하 자산통제국(OFAC) 조치에 따라 테자랏은행에 대한 외국환 업무가 지난달 23일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테자랏은행을 통한 국내기업들의 신규거래를 중단시키고 신용장 방식의 추심거래도 전달 23일 이전 선적분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란 은행과의 수출입 거래가 가능한 곳은 우리ㆍ기업은행 단 두곳 뿐이다.
한국무역협회와 기업들은 타자렛은행 금융거래 중단을 '선적분'이 아닌 '신용장 개설 시점'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하고 지식경제부에도 협조를 구했다. 신용장을 개설해 놨지만 아직 선적이 이뤄지지 않은 수출 물량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은행들은 자체 판단에 따라 선적분으로 기준을 정했고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제재와 관련해 무역협회가 공식 조사한 대(對)이란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규모는 60개 업체, 5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란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 숫자가 2000여개가 넘고 수출액 규모도 조 단위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규모는 수 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무역협회는 보고 있다.
피해기업들은 현대중공업과 SK네트웍스, 효성 등 일부 대기업과 종합상사를 비롯해 이란에 선박과 철강재,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기업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나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특정은행의 금융제재와 관련해 기업들의 불평을 듣지 못했다"며 "(미국, EU의 테자랏은행 금융제재와 관련해)거래금지 대상을 국내에 추가한 적이 없고 제재 대상에 넣더라도 그건 재정부에서 할 일"이라고 떠넘겼다.
반면 재정부 주무부서장과 담당자는 "인사이동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김민진 기자 asiakm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