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말보로 2보루만 주세요."
필립모리스(PM)가 오는 10일부터 담배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필립모리스의 제품인 '말보로', '팔리아멘트', '버지니아' 등에 대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주말인 4, 5일 전국 곳곳에는 인상 전 미리 담배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모여들어 일부 상품이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미리 한 보루를 사 두면 2000원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편의점에는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말보로 라이트'가 동났다. 이 편의점 직원은 "30분 전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말보로 라이트를 6보루를 구입해 갔다"며 "몇일 전부터 필립모리스 담배를 찾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점장은 "이달부터 필립모리스 제품을 찾는 고객이 평상시보다 5배는 많은 것 같다"며 "어제는 5만원을 내고 2보루를 구입한 고객이 3명이나 됐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편의점에서 담배를 한보루 구입한 30대 남성은 "(말로보) 담배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미리 구입을 한 것"이라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담배로 풀었는데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 오늘은 담배가격 때문에 담배를 피운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집 앞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구입한 아파트 경비아저씨도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 때문에 힘든데 담배 가격마저 오른다고 하니 이참에 담배를 끊어야 겠다"고 답답해했다.
일요일 오후 제주도 면세점인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담배 코너에도 인상전 담배를 구입하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필립모리스 담배 코너에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고, 계산대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면세점 직원은 "다른 담배도 많지만 유독 필립모리스 담배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며 "이 때문에 (필립모리스) 담배 코너에 직원들이 몇 명 더 배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면세점의 경우 1인당 1보루로 제한돼 있다보니 일부 고객은 부인이나 아이들의 비행기 티켓까지 동원해 구입을 하기도 했다"며 "면세점은 가격이 인상된다 해도 지금 판매되고 있는 가격(2만1250원)에 판매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해 BAT코리아와 JTI코리아가 담배 가격을 인상했지만 면세점에서는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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