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혜정 기자]감기약 슈퍼판매 방안을 두고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의 김구 대한약사회장이 회원들의 반대에 떠밀려 이 문제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소위 '투쟁파' 인물들에게 지휘권을 넘기기로 했다. 정부와의 갈등구조 형성이 불가피해졌다.
김구 대한약사회장은 30일 보도자료를 내 "약사회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새 회장 선출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회장직은 유지하지만 상비약 슈퍼판매 문제, 약사회 고유 업무 모두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이는 26일 열린 임시대의원 총회 표결결과에 대한 입장표명이다. 총회에서 약사회 대의원 282명 중 절반인 141명이 김 회장의 '정부와 협의 노선'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의결정족수에는 못 미쳐 안건자체가 무효 처리됐지만 찬성 107표보다 많았다.
김 회장은 "대의원총회를 통해 표출된 회원들의 뜻을 받들고 다양한 의견을 새롭게 모아 현 사태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 위원 구성에서부터 향후 활동에 대한 전권을 (위원장에게)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새 위원장에 민병림 서울지부장과 김현태 경기도지부장을 추천했다. 두 인물은 상비약 슈퍼판매 자체에 극렬 반대해온 강경파들이다. 이들이 위원장직을 수락하면 약사회 노선은 '협의'에서 '반대'로 180도 바뀌게 된다.
민병림 지부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약사회 임원들과 협의 후 (수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복지부 입장에선 김구 회장이라는 '대화 통로'가 사라진 셈이라, 법 개정을 위한 독자노선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약사회와의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여 2월 국회 통과는 물론, 개정안 통과 자체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애초 약사회가 반대해온 의약품 3분류체계를 추진해야 되지 않겠나"라며 "다음 국회에서라도 법개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범수 기자 answer@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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