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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예술경영, 완장으로부터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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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예술경영, 완장으로부터의 자유 정재옥 크레디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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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패왕별희'는 자국의 치부를 들췄다는 이유로 정작 중국 내에서는 상영될 수 없었다. 영화를 만든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인 천카이거(Chen Kaige)는 문화대혁명 때 군중 앞에서 아버지를 모욕해야만 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의 영화에도 평생 존경받으며 무대에 섰던 경극배우들이 젊은 홍위병들 앞에서 모욕당하고, 동료의 치부를 고발하고 결국 번민 속에 비극적 결말을 선택하는 내용이 있다.

중국 피아니스트 공샹동(Kong Xiang Dong)은 문화혁명이 절정일 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양문화가 부르주아적이며 반인민적이란 분위기에서 목숨 걸고 피아노를 배웠다. 종이에 피아노 건반을 그린 뒤 밤에는 손가락으로 종이 건반을 짚으며 머릿속으로는 음을 되살려 연습했다고 했다. 독방에 갇혀서도 기억으로 모차르트를 듣던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 그 모습일까?


국내 공연계는 그간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성장'이 꼭 '성숙'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매체도 많아지고 소셜미디어도 활성화되다 보니 스스로 완장 찬 홍위병들도 많다. 건설적 토론이나 대안 제시가 아닌 무지를 배경으로 한 인신 공격과 거짓 사실을 부끄럼 없이 토해내기도 한다. 흑과 백으로 나뉜 회색 광장에는 기성 언론과 정치도 한자리씩 차지하는 형국이다.

예술경영의 목표는 하향평준화, 평균화의 무상 배급이 아닌 '다양하고 차별화된 예술혼의 수용과 나눔'이다. 침묵과 무관심보다는 다양한 의견 제시가 소중하다. 그런 의미에서 소셜미디어 활성화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지적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신뢰와 상호존중이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각 예술단체와 공연장은 수장들을 교체하느라 소란하다. 짧은 임기에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조직을 만들라는 무리한 요구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예술에 전문성이나 애정이 없는 비전문가들에게 예술 경영을 맡기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 하는 고(故) 아이작 스턴(Isaac Stern)이 여전히 존경받는 이유는 바이올린 연주를 잘해서라기보다 '카네기홀'이란 악기를 잘 연주했기 때문이다. 그는 헐릴 위기에 처한 카네기홀을 구했다. 그리고 운영을 맡으면서 민간후원의 활성화, 예술교육의 강화, 거장의 초청 못지않은 신예 연주가들의 발굴과 지원 등 예술재원의 조달과 예술 공연의 배분에 모범이 될 사례를 만들었다.


그처럼 신뢰할 만한 헌신적이고 강력한 이사진의 구성과 권한의 위임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기금 즉, 세금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면서도 민간 후원과 유료티켓 점유율을 높이고 예술단원이나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급여가 주요 20개국(G20) 수준으로 지급되어도 시민들이 유쾌하게 동의하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인사가 만사라면, 적어도 문화와 예술단체의 수장은 선거를 도와 준 측근이 아닌 전문성과 상식을 갖춘 적임자를 찾아 삼고초려할 일이다. 허울 좋은 공모제를 통해 숨겨둔 내정자를 밀어주고, 조직 파악도 못한 채 허둥지둥 떠나게 하는 일이야말로 혈세를 낭비하고 불신을 키우는 악순환이다. 시민과 예술가들이 만족할 사람을 찾았다면 정치성향과 단기 업적을 묻지 말고 조금 장기적인 책임과 권한을 주면 어떨까? 세계적인 예술가가 많은 요즘 세상에 그에 걸맞은 멋진 예술행정가들도 한 명씩 나타나면 좋겠다. 완장 한 사람들로부터 자유롭고 시민과 공연애호가들에게는 키다리 아저씨와 같이 믿음을 주는 사람 말이다.




정재옥 크레디아 대표이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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