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내부에서 '탈당 요구'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정치적으로 취임후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청와대는 "탈당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 문제로 당내 분열이 가열될 경우 이 대통령이 대의를 위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발단은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의 입에서 시작됐다. 김 비대위원이 지난 18일 이 대통령의 자진 탈당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자,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재오 의원은 19일 "대통령을 탈당시켜야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당을 나가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어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나가라고 하는 것은 패륜아가 할 짓"이라며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나가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그렇게 해서 이득을 본다면 비대위원이든 누구든 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에 대해 "내가 여기(한나라당)에 놀러온 사람이 아니다"며 "무엇 때문에 (당이) 이렇게 됐는지 자기들이 성찰할 상황이지, 다른 얘기는 필요없다"고 반박했다. 비대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자제모드'로 돌아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통령 탈당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청와대도 발끈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일부에서 제기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당이 잘못한 것까지 모두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다", "대통령의 탈당으로 무슨 이득을 보려는 것이냐" 등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탈당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을 내는 참모들도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탈당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있다.
비대위가 정국 상황에 따라 대통령 탈당을 공식 요구할 경우, 이 대통령의 결심은 불가피하다. 과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임기말기 레임덕(권력누수)과 친인척·측근 비리 등에 휘말리면서 당적을 버렸다.
비대위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에 큰 차이로 패배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확산된다면 '대통령 탈당'카드를 꺼집어낼 가능성도 있다. 어떻게든 현 정권과 차별성을 둬야하는 당의 상황논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탈당'을 둘러싼 비대위·친박계 의원들과 친이계 의원들의 갈등은 공천 갈등과 엮여 분당 등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럴 경우 양측 모두에게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부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형 게이트는 없었다"면서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 당의 필요성에 청와대가 대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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