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요청에 호칭 변경...검찰·언론은 아직 통용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업계에서만 안 쓰면 뭐합니까. 뉴스에는 똑같이 '은행장 구속', '은행장 체포'라고 보도되는데요."
시중은행은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 '은행장'이란 호칭이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다면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저축은행 업계가 자율적으로 최고경영자(CEO) 호칭을 '은행장'에서 '대표' 또는 '사장'으로 바꿨지만 검찰 발표나 언론 보도에서는 여전히 '은행장'이란 호칭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저축은행 대부분이 CEO 호칭을 '대표'로 변경, 사용하고 있다. 모아저축은행 등 일부에서는 '은행장'이란 약식 호칭 대신 '저축은행장'이란 공식명칭을 쓴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10월 저축은행중앙회 자율규제위원회가 저축은행 CEO에 대해 '은행장'이나 '행장'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기로 결의한 이후 확산되고 있다. 결의안 채택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불미스러운 사건에 '행장'이라는 호칭이 거론되면서 일반 시중은행장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고객에게 혼돈을 줄 수 있다는 시중은행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결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존의 '행장' '은행장'이란 호칭을 가급적 '대표'로 통일하고, 불가피한 경우 약어가 아닌 '저축은행장'으로 사용하자는 것. 각 저축은행은 내부 공지를 통해 직원을 교육시키고, 해당 대표의 명함을 다시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에서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아직도 언론 보도 및 당국의 조사발표 과정에서는 '행장'이라는 표현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중인 사건발생 당시 조사 대상자인 저축은행 CEO 의 호칭이 '행장'이었고, '대표'라는 표현은 대외적 이해가 낮다는 이유로 '행장'이란 호칭을 고집하고 있다. 공소장 등 공식 문서에도 '행장'이라고 기재된다.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수사와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행장'이란 호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돼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 이후 저축은행 업계가 자율적으로 호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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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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