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돌이와 갑순이는 한 마을에 살았더래요 둘이는 서로서로 사랑을 했더래요/그러나 둘이는 마음 뿐이래요 겉으로는 음~ 모르는 척 했더래요/그러다가 갑순이는 시집을 갔더래요 시집간 날 첫날밤에 한없이 울었더래요/갑순이 마음은 갑돌이 뿐이래요 겉으로는 음 안 그런척 했더래요
김세레나
'갑돌이와 갑순이'
■ 갑돌이는 갑순이를 좋아하고, 갑순이는 갑돌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둘은 그저 서로 마음만 그럴 뿐, 말로 표현할 줄 모른다. 그야말로 '갑갑사랑'이다. 갑갑남, 갑돌이가 먼저 말을 걸었어야 했는데 갑갑녀, 갑순이가 혹시 거절할까 말을 못하고 냉가슴만 앓는다. 이걸 믿고 갑순이가 뭘 어쩌겠는가. 그냥 부모가 시키는 대로 눈물 죽죽 흘리며 결혼을 한다. 해놓고 보니 기가 막힌다. 행복해야할 첫날밤에 엉엉 우는데, 신랑은, 그저 제 부모 보고싶어서 우는 거려니 하고 신부 갑순이 등을 툭툭 두드려준다. 그러자 갑돌이도 홧김에 결혼을 한다. 하고 보니 이제는 더 이상 물릴 수도 없다. 이렇게 속으로만 피었다가 죽을 때까지 발설하지 못하고 묻혀간 사랑이 어디 갑갑 커플 뿐이랴? 이 땅의 늙은 첫사랑은 다 그렇게 가슴에 박힌 못이다. 바보등신 연애라고 옛사람들을 비웃으면 못쓴다. 그땐 다들 비슷하게 그랬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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