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정부가 연초부터 재계와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경제부처 장관들이 잇따라 재계 수장들을 만나 일자리 늘리기와 투자 증대를 강력 주문하고 있다. 신년인사를 나누는 모양새지만, 기업 입장에선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이라는 올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장관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다. 홍 장관은 지난 13일 30대 그룹 사장단과 만났다. 지경부 장관이 30대 그룹을 만나 정책현안을 논의하기는 4년 만에 처음이다. 홍 장관은 이 자리에서 "투자와 함께 고졸 일자리 창출 등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내용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홍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도 칭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16일 4대그룹 수석 부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주문했다. 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9일 경제5단체장들과 만나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재계의 의견을 듣는다.
'피날레'는 이명박 대통령이 장식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오는 19일 주요 경제단체장과 롯데, 포스코를 포함한 자산총액 규모 5~15위 대기업 회장들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도 일자리 늘리기와 투자 증대가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상위 4대 그룹은 나란히 제외됐다.
정부 입장에선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홍 장관을 만난 30대그룹은 올해 15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4대 그룹은 김동수 위원장과 만난 직후 올해 상반기부터 시스템통합(SL)과 광고, 건설, 물류 분야에서 비계열사가 참여하는 경쟁 입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재계가 경제부처 장관을 만날 때마다 '선물보따리'를 안겨주는 모양새다.
정부는 재계가 스스로 마련한 대책이지 압박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동반성장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동참한 것이지 정부의 압박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로선 정부에 불려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활동을 정부가 일일히 평가하는 것 같아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정부가 부르면 기업인들은 무조건 달려가야 한다는 식의 관치 사고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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