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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내복 김과장 알고보니 電爭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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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1. 지난 5일 오전 8시53분. 과천 정부종합청사 내 모든 건물의 불이 갑자기 꺼졌다. 3분여의 짧은 정전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난해 앞서 발생한 9.15 대정전의 악몽이 뇌리를 스친 탓이다.


애써 의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설마 또 전력난으로 인한 정전은 아니겠지?'라는 공포는 감출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냉난방용 설비의 차단기가 오작동하면서 벌어진 단순한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은 데 따른 문책론마저 제기될 정도의 '아찔한 3분'이었다.

#2. 한국전력(KEPCO) 임직원들은 매년 겨울맞이에 앞서 삼삼오오 공동 구매를 하는 것이 있다. 내복과 담요다. 옷맵시 따위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정부 권고에 따라 18℃ 내외로 맞춰진 실내 온도 속에서 추위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김중겸 사장이 양복바지 속 하얀색 내의를 착용한 '쑥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런 때문인지 전 직원 내복 입기 캠페인은 여느 때보다 성공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예년과 달리 겨울철 이상 한파가 계속되면서 내복 껴입기는 정부 부처와 공기업을 선두로 해 범국민적 캠페인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력난이 빚은 공무원 사회의 여러가지 풍경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실내 등은 더 어두워지고, 실내 온도는 더 낮아지고 있다. 내복에 조끼와 점퍼를 겹겹으로 입어도 무릎이 떨리고 입술은 파래진다.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에서는 '칼퇴령(정시에 칼같이 퇴근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현안이 산적한 탓에 칠흑처럼 어두운 사무실에서 몰래 실내 등을 켜고 야근을 하거나 집으로 남은 일을 들고 간다.


공무원의 신분으로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낳은 피할 수 없는 책임감 때문이다. 국가적인 전력난에 대한 우려가 공무원들을 추위는 물론 공포 속에 벌벌 떨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2~3주간이다. 정부와 한전 등 전력 당국은 1월 둘째 주와 셋째 주를 올 겨울 '전력 피크' 기간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전망에 따르면 이 기간 예비 전력은 50만kW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블랙아웃(전국 동시 정전)'의 공포가 재차 부각될 수 있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예비 전력을 기준으로 한 위기 대응 매뉴얼이 '관심'(예비력 400만㎾ 이하) '주의'(예비력 300만㎾ 이하) '경계'(예비력 200만㎾ 이하) '심각'(예비력 100만㎾ 이하) 등 4단계로 구분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지경부는 1월 셋째 주까지를 특별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교대 점검에서 전원 현장 투입으로 단속을 강화했다.


정부 부처뿐 아니라 공기업도 에너지 절감을 통한 전력난 완화에 발 벗고 나섰다.


한전(사장 김중겸)은 '올 투게더, 세이브 에너지! 따뜻한 내복 입기' 캠페인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에너지 절약에 대한 범국민 공감대를 형성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겨울철 실내 온도를 1℃ 올리는 데 전기 에너지가 7% 필요하지만 내복을 입으면 체감 온도가 3℃ 정도 높아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력 수요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한전의 분석이다. 전 국민이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3℃ 낮추면 전국적으로 연간 1조800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10만t 감축돼 환경 파괴도 막을 수 있다.


한전은 임직원 내복 입기 운동에 그치지 않고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등 사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내복 보내기 봉사 활동을 함께 준비해 시행하고 있다. 본사 및 전국 한전 사업소에서 운영 중인 272개 한전사회봉사단에서 겨울철 봉사 활동과 병행하고 있다.


김중겸 사장은 "범국가적으로 시행 중인 내복 입기 캠페인을 우리나라 대표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이 솔선수범해 시행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동시에 사회 소외계층을 돌아보는 뜻 깊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전이 시행하고 있는 '에너지 절약 4G 운동'도 눈에 띈다. 4G는 '플러그 뽑Go, 전등 끄Go, 溫맵시 입Go, 계단 걷Go'를 뜻하는 캠페인으로 책상 앞은 물론 한전 곳곳에 스티커로 부착돼 있다. 안 쓰는 플러그를 뽑고 불필요한 조명 끄기, 실내 온도 준수, 가까운 층은 걸어서 이동하자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부서별로 에너지 지킴이를 지정해 업무 외 시간 사무용 기기ㆍ조명등 전원 차단, 복도 및 통로 격등 소등, 기타 에너지 낭비 현장 통보를 실천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이사장 허증수ㆍ이하 에관공)은 정부가 제시한 공급 능력 최대 확보, 전력 피크 수요 관리 강화, 범국민 에너지 절약 강화 등 동계 전력 수급 대책에 맞춰 착실히 시행하고 있다. 특히 에관공에서는 기존 홍보 매체 및 새로운 홍보 채널을 통해 구호성 캠페인에서 행동하는 참여 운동으로의 동계 전기 절약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가정과 학교, 상점 등 8개 분야별로 특성에 맞는 절약 실천 방법과 절전효과를 누구나 알기 쉬운 매뉴얼 형태로 개발해 보급을 마쳤다. 사업장에서 이행해야 할 절전 사항 및 실천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절전 사항 체크 리스트'도 함께 배포했다. 일례로 가정의 경우 내복과 실내복 착용 생활화, 전기장판ㆍ온풍기 등 전열기 사용 자제, 세탁기ㆍ청소기ㆍ다리미는 저녁시간 이후에 사용할 것을, 의료시설은 관리실과 사무실 등 환자와 관계없는 구역은 20℃ 이하를 유지하고 환자 이동이 적은 시간대에는 엘리베이터 운영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23일부터 절전 관련 정보 제공과 국민 참여 활성화를 위해 양방향 절전 포털 사이트(www.powersave.or.kr)를 개설해 실시간 전력 수급 상황과 전력 예보, 절전 매뉴얼과 실천 방법 등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전력 수급 시계도 곳곳에 설치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절전 행동 수칙을 알리고 실시간으로 전력 수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서울 및 수도권 주요 9개 지하철역과 전국 주요 KTX역 5개소, 강남고속터미널 등 주요 인구 밀집 지역에 이동식 LED판을 설치했다.


한국석유공사(사장 강영원)도 동절기 에너지 절약 규정을 만들고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오전 11~12시 및 오후 5~6시 등 하루 2차례 난방기 가동을 중지하고 실내 적정 온도를 18℃로 맞추는 등 동절기 피크 기간에 10% 절전 시행령을 준수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과 시간 개인용 난방기기 사용을 자제시키는가 하면 복도와 화장실 조명기기의 절반은 소등했다. 일과 시간이 지나면 개인 스탠드 조명을 이용토록 한다. 엘리베이터는 4층 이하는 운행이 금지됐으며 5층 이상은 격층으로 운행하고 시간대별로 승강기 운행도 제한하고 있다. 승용차 요일제는 기본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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