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말보다는 행동.”
올해 첫 훈련을 앞둔 김시진 넥센 감독은 결연했다.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거듭 책임감을 강조했다. 선수단, 프런트 등이 운집한 자리에서 그는 “2012년은 넥센에게 변신의 해”라며 “나부터 중심에서 앞장서야겠지만 선수들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달성은 그래야만 가능해진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목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상 뒤 걸린 현수막은 붉은 글씨로 선명하게 ‘챔피언십(GO FOR THE CHAMPIONSHIP)’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실 챔피언십은 선수단에 낯설지 않다. 넥센의 전신인 현대는 11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네 차례 차지했다. 그러나 간판을 바꿔 단 뒤로는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 시즌은 그 정점을 찍은 해였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꼴찌를 맛봤다. 승률은 51승 2무 80패(0.389)로 4할 밑이었다.
시계를 일 년여 전으로 되돌려보자. 김 감독은 지난해 1월 10일 시무식에서 같은 단상에 올랐다. 당시 걸린 현수막의 내용은 1년 뒤와 다르지 않았다. 붉은 글씨로 또렷하게 ‘챔피언십(GO FOR THE CHAMPIONSHIP)’을 가리켰다. 그는 “젊은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겠다”며 “미래가 있는 선수단으로 발전시키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것보다 전력을 모두 쏟아 부어 시즌을 보내고 싶다”라고 역설했다.
넥센은 6개월여 대장정을 치르며 목표의 절반을 이뤄냈다. 미래가 있는 선수단이다. 송신영, 김성현 등을 트레이드로 잃었지만 박병호를 영입하며 4번 타자의 고민을 훌훌 털어냈다. 투수진에서는 문성현이라는 튼튼한 버팀목도 재발견했다. 지난 시즌 그는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30.2이닝을 던지며 5승 12패 평균자책점 4.34을 기록했다. 확고한 의지는 시즌 뒤에도 드러났다. 이숭용, 황두성, 박준수 등 30대 중반을 넘긴 선수들과의 인연을 매듭지었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의 땅은 더 넓어지게 됐다. 여기에 가세하는 한현희, 박정음 등 신인들은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이 같은 잠재력은 충분히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지난해가 그러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을 총평하며 부상선수의 낙마와 방망이 부재를 가장 큰 아쉬움으로 손꼽았다. 주전 포수 강귀태는 어깨, 허리 등으로 일찌감치 낙마했다. 김성태, 김영민, 마정길 등도 제각각 부상으로 투수진에서 이탈했다. 온 힘을 쏟아 붓겠다던 구상이 틀어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말보다는 행동”은 이 같은 불안 타파를 위한 김 감독의 굳은 의지에 가깝다. 하지만 불안요소는 올해도 여전히 존재한다. 유한준과 장기영은 지난해 각각 오른 팔꿈치 인대와 오른 손목에 수술을 받았다. 더구나 구단은 최근 선수들과의 연봉 재계약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구단 측은 “70% 이상 재계약을 매듭지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전급 선수 대부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구단 관계자는 “협상이 되지 않으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데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행 비행기는 15일 오후 출발한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 김 감독의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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