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검찰 조사를 통해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의 주인공이 박희태 국회의장으로 드러나면서 한나라당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당선되기 힘들다"며 "당의 간판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쇄신의지를 고수하고 있지만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멈추지 않겠다"는 박근혜..그래도 커지는 혼란 = 박 비대위원장은 9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돈봉투 사건을 계기로)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힐 것이고 앞으로 과거의 잘못된 부분이 나오더라도 다 털고 갈 것"이라고 했다. 사과할 일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발목잡혀 우리의 쇄신을 멈추는 일은 켤코 없을 것"이라며 당내 재창당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반드시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이뤄내 국민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쇄신 의지에도 불구하고 당내 기류는 반(反)비대위, 반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는 "당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불거진 만큼 공천 방식이나 기조 변화를 가지고는 쇄신이라고 할 수도 없는 꼴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재창당 수순을 밟아서 간판을 내리든지 바꾸든지 해야 할 분위기"라고 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재창당을 위해서는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동작을 출마 의사를 밝힌 정 전 대표는 박 비대위원장이 대구를 버리고 수도권이 출마해야 한다고 했고 일주일에 한차례 열렸던 중진회의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전날 회동을 가진 홍준표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포함해 한나라당 의원들과 만나 별도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돈봉투 사건) 이 정도면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 아니라 실질적인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원희룡ㆍ권영진ㆍ김용태 의원 등도 "재창당을 미뤄선 안 된다"고 가세했다.
◆현역들 "당 색깔 바꾸자"..벌써 한나라 색채지우기 = 당 내부에서는 이미 '차떼기'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2003년에 불거진 이 사건으로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대패했고 천막당사 생활을 한 바 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과의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구상찬, 이혜훈, 심재철, 차명진 의원 등이 최근 내놓은 의정보고서에는 당 로고가 빠졌다.
강서갑 구상찬 의원은 표지에 '제가 먼저 매를 맞겠습니다'라는 문구 아래 작업복 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사진을 실었다. 당의 로고를 삭제했고 표지는 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대신 주황색으로 장식했다.
당의 텃밭인 서울 서초갑의 이혜훈 의원은 자신이 표지모델로 등장한 여성 패션지 형식의 의정보고서 로고나 문구에서 한나라당 색깔을 배제했다.
경기 안양 동안을의 심재철 의원도 의정보고서에서 약력을 확인하지 않으면 어느 당 소속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구상찬ㆍ김성태ㆍ김세연 의원 등은 약속이나 한 듯 국민에게 장문의 사죄 편지를 썼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현재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두려움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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