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세계적인 경기 부진의 우려속에 미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대신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현금을 사용하고 있다.
5일 파이낸셜타임즈는 JP모건체이스의 자료를 인용해 금융권을 제외한 S&P500 미국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자사주매입과 배당가능한 가용 현금 규모가 2조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들 기업 시가총액의 10%에 달하는 거액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이익이 늘어나며 미국 대기업의 금고에는 현금이 계속 불어나고 있지만 정작 투자에 사용되지는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인 불황과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 미국 대기업들은 대부분의 업종에서 새로운 신규투자나 대형 인수에 나서지 않고 있어 현금 사용처가 사라진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 신용카드 회사 마스터카드, 컨설팅회사 엑센츄어 등은 전체 자산의 10% 이상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현금이 주체할 수 없이 쌓이다 보니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이 주된 현금 사용처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되는 주식이 줄어 기존 주주들의 가치가 오르는 효과가 발생한다.
2010년 4분기부터 2011년 3분기까지 미국 대기업들은 자사주매입에 3360억달러를 사용했다. 2011년에는 배당도 11% 늘렸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지난 9월말 40년 만에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도 자사주 매입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티그룹의 자본거래 전문가인 로버트 레오나드는 분기별로 750~1000억달러가 자사주 매입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사주 매입 기업들은 배당도 늘릴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기업에 워낙 많은 돈이 많고 주주들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의 기업 재무 조언 책임자인 마크 제너는 "주가가 낮을때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위험부담이 적은 결정이며 자본주의의 원칙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었거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면 이 자금들은 투자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보다는 자사주를 사는 것이 현명한 투자라는 해석이다.
외부 환경 변화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 저금리로 확보한 자금이 자사주 매입재원으로 활용돼 주가를 떠받치는 형국이다.
지난해 세계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과 대형 유통업체 홈디포는 자사주매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부채를 2억달러 이상 늘리기도 했다. 지난해만해도 약 400억달러나 되는 자사주 매입 자금이 사채발행을 통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안전자산 선호 추세 속에 우량기업의 채권 금리가 하락해 기업들이 손쉽게 적은 조달비용으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되며 벌어진 현상이다.
국제 신평사 피치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업의 채권 투자를 선호하면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의 조달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해석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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