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설, 가까운 곳서 따뜻하게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자영업자 박정수(59)씨는 올해 설 연휴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생애 처음 가족과 다함께 발리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몇 주째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마음만은 벌써 따뜻한 남쪽 지방에 가 있다. 박씨는 “올해 처음으로 따뜻한 해외에서 설을 쇠게 됐다”며 “연휴가 짧아 가까운 동남아시아를 우선순위로 택했는데 작년부터 이미 항공권이 동나다시피 해 예약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올해도 설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여행객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겨울 효자노선인 동남아시아 지역의 발리, 푸껫 항공권은 이미 두 달여 전부터 예약률 90% 대를 넘어서는 등 귀한 표가 됐다. 올해 설 연휴가 예년에 비해 짧은 탓에 유럽, 미주 등 장거리 지역보다 동남아시아, 중국 등 단거리 지역을 선호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인 오는 20~25일 대한항공의 국제선 예약률은 이달 초를 기준으로 평균 83%를 기록했다. 지난해 설 연휴에 비해서는 소폭 낮은 수준이지만 동남아시아 인기 노선은 98~99% 대의 높은 예약률을 나타냈다.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오클랜드, 시드니 등 대양주 예약률도 평균 90%를 웃돌았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강추위로 따뜻한 지역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평균 74%의 예약률을 보인 미주 노선에서도 따뜻한 휴양지인 괌, 하와이는 각각 99%, 8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주요 동남아 지역 노선이 99% 대의 예약률을 기록하는 등 항공권이 동났다. 싱가포르, 마닐라, 중국 하이커우·시안 노선은 예약률 90% 대의 상위 주요 노선으로 꼽힌다. 짧은 기간을 감안해 가까운 거리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중국 노선도 높은 예약률을 보였다.
신규 취항이 늘어난 저가 항공사들의 동남아 노선도 빈 좌석을 찾기 힘들다. 제주항공의 경우 방콕 노선은 인천·부산발 모두 94% 대의 예약률을 나타냈다. 홍콩 노선은 인천·부산·홍콩발 모두 100%를 기록했다. 마닐라와 세부도 90% 대를 넘겼다.
다만 일본 노선은 지난해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여파로 낮은 예약률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항공의 일본 노선 예약률은 지난해 설 연휴 기간 85% 선에서 올해 71% 대로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전년 대비 10%가량 떨어진 71%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설 연휴 기간의 국제선 예약률은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푸껫, 세부 등 인기 노선은 만석에 가깝다”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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