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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숙인 저축왕들의 '희망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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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1996년 회사를 물려받은 송모씨. 값싼 중국산 제품에 밀려 어려움을 겪다가 2004년 부도를 내고 만다. 거액의 빚을 떠안고 신용불량자가 돼 절망에 빠져 지내던 송씨는 2008년 12월 한강에 몸을 던졌다. 지나가던 시민의 신고로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아내와 이혼하고 거리를 떠돌았다.


그러나 송씨는 두 번의 좌절은 스스로가 용납하지 않았다. 2010년 2월부터 노숙인 쉼터인 구세군 서대문사랑방에 들어가 '가족을 위해' 건설 일용직, 공공근로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3월부터는 개인 워크아웃에 참여해 월 9만원씩 빚을 갚아나가면서 버는 돈의 90% 이상을 모으기 시작했다. 송씨는 지금 통장 4개를 가진 '부자'다.

서울시가 23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1222명 가운데 송씨 등 저축 실적이 좋은 70명을 저축왕으로 뽑았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8개월 동안 총 4억6000만원을 벌어 절반이 넘는 2억6000만원을 저금했다. 한 사람이 656만원을 벌어 375만원을 저축한 셈이다. 상위 7명은 번 돈의 90%를 통장에 넣었다. 말 그대로, 악착 같은 자활 의지를 몸으로 실천한 이들이다.


저축왕으로 뽑힌 노숙인 가운데는 주식 투자로 재산과 가족을 모두 잃고 난 뒤 건설현장 잡부로 일하며 버는 돈의 95%를 저축하는 전직 영어강사도 있다. 또 12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왔다가 남편의 폭력과 무능력을 견디다 못해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선 여성, 정신장애 등을 가진 사람도 있다.


이들의 삶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더불어 앞으로 노숙인들을 어떻게 돕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가를 제시하는 실마리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건 가족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애착, 주위의 따뜻한 보살핌과 격려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스스로의 의지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거저 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어렵고 힘이 들더라도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노숙인 저축왕들은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절망의 골짜기에도 희망의 사다리는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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