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2011년의 마지막날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강남지역은 을씨년스러웠다. 날씨 탓 보다는 경기 한파 때문이었다.
정부는 지난 12월22일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했다. '12·7 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였다. 이어 12월29일 국회는 다주택자가 재건축아파트를 2채까지 분양받을 수 있게 길을 열기로 했다.
연달아 재건축과 관련된 중첩된 규제를 풀겠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집 사겠다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궁금증과 차가운 풍문만이 가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호가 역시 떨어지는 모습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종상향 호재에 그나마 반응했던 수요자들도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최근 강남 재건축 호재에 가장 직접으로 반응한 곳은 송파구 가락 시영아파트다. 종상향 호재 후 43㎡(13평, 1차) 호가가 6000만~7000만원까지 급등했다. 4억7000만~4억8000만원까지 올라갔던 게 5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반토막 난 상태다. 종상향 발표 전보다 2000만~3000만원까지 올라갔지만 언제 바닥을 내보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락 시영 인근 P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종상향 후 3~4일간 문의 전화 때문에 밥도 못먹을 지경이었다"면서도 "그런 움직임도 한때였고 지금은 뚝 끊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진행 속도에 따라 가격 여부가 갈릴 것"이라며 "다주택자 혜택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별영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개포 주공아파트 주변 주민들 반응도 마찬가지다. 부자들의 돈을 풀어 꽁꽁 얼어붙은 강남 등지의 주택거래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며 규제를 풀었지만 정작 이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는 듯 했다.
G공인중개소는 "(정부정책이 발표되면) 보통 바로 시장의 반응이 온다"며 "투기과열지구 해제 이후 좀 문의도 늘고 호가도 42㎡가 6억6000만~7억2000만원까지 상승했었다"고 언급했다.
현재 같은 평형의 실거래가는 6억8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이 같은 거래도 다주택자 규제 완화 때문에 성사된 게 아니다. 취득세 감면 혜택을 보려는 투자자들 영향이다. 12월에만 30건 가량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거래가 이뤄졌다고 G공인중개소 대표는 설명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공인중개소들은 그나마 개포지구의 상황이 부러운 눈치였다. 강남구청이 '1대1 재건축'의 절충안을 내놨으나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남구청은 임대주택을 666가구로 절반 가량 줄이는 만큼 일반 분양분을 늘려, 가구당 재건축 분담금을 평균 7000만원까지 줄일 수 있다는 복안을 내놓은 바 있다.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향후 가격 향방에 대해 "비관적"이라며 "정부 대책보다 사업진행 정도에 따라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소들은 101㎡(31평)의 가격 하한선을 8억2000만원에 잡고 있다. 12월초에 거래된 건보다 5000만원이나 빠진 가격이다. 하지만 거래는 커녕, 문의도 하루 한 두건 올까말까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다른 단지에서는 취득세 감면 혜택 때문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들여오지만 직접 체결한 사례는 없다"며 "궁극적으로 경기를 살릴만한 대책을 내놓든지 서울시 등 각 지자체에서 규제를 함께 풀어야 거래가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잇단 규제완화 입김은 강남 재건축의 경기 한파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개별 사업별 인가에 관여하고 있는 서울시의 움직임에 촉각이 곤두세워져 있었다. 부자감세 논란에도 불구, 내년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경기 연착륙을 바라며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정부 의지가 퇴색되는 대목이었다.
황준호, 박미주 기자 rephwang@,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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