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덕 2단지, 공공관리제로 서울시와 '신경전'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답변을 하시란 말이에요 답변을. 돌리지 말고."
"서울시 대표로 나와서 하는 말이 뭐냐 그게 지금."
지난 27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강동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공공관리자 선정기준 및 선정방법 안내' 주민설명회에서 고성이 오갔다. 서울시 관계자와 고덕2단지 재건축 조합원들의 설전이 벌어졌고 주민들의 고함소리가 크게 터져 나왔다.
오후7시에 시작된 설명회에서 김승원 서울시 공공관리 과장은 도급제와 지분제를 설명했다. 각각 도입했을 때의 예상 비용과 지분율을 보여줬다. 서울시가 도급제와 지분제의 장단점을 합쳐 만들었다는 '표준계약서'도 알렸다. 조합원들이 시공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다.
대상은 공공관리제도 첫 시범사업 구역인 고덕2단지의 재건축 조합원들이었다. 이들은 609석 규모의 강당을 빼곡히 채웠다.
장장 두 시간의 설명이 끝나자 조합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강종록 도급제 저지 대책위원장은 "서울시청 과장님인데 건설사 직원 같다"며 "아주 자세히 설명했는데 도급제 병폐는 설명 안 했다. 지금 인근 주공아파트가 미분양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도가 나쁜 게 아니라 공정한 입찰을 못하는 상황이 문제"라며 자신의 제안을 들어보라고 했다.
김 과장은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라고 말을 흐렸다.
강 위원장은 굴하지 않고 "조합에서 비리가 생기면 서울시에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 공공관리과가 오히려 조합원들의 갈등만 부추겼다"고 질타했다.
김 과장이 "쓸데없이 계속.."이라며 제지하려 들자, 강 위원장은 "쓸데없이 라니요"라고 반박했다.
그는 "법제처 법령해석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돼 있는데, 서울시 조례는 이에 위반된다. 헌법재판소가 위법성을 판정할 예정인데 공공관리제를 진행할 수 있겠나"라고 발언을 이어갔다.
간단히 해달라는 김 과장의 요청에, 강 위원장은 "조합이 불공정한 입찰 경쟁을 하면 서울시에서 관리감독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 날을 세웠다.
김 과장은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며 "이 현장은 어쨌든 사업성 얘기가 끝났기 때문에 시공자를 뽑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 문제에 대해서 공공관리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공공에서 다 해주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조합원 홍창기 씨가 "조합장에 대한 신뢰성이 상당히 결여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합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옳소"라고 외쳤다.
김 과장은 "안타깝게도 조합은 개인이 하는 법인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저희가 시비를 못 걸어요"라고 선을 그었다. 지켜보던 한 조합원이 "그래도 강력하게 (감시를) 해줘야죠"라 외치자 조합원들이 박수로 옹호했다.
김 과장이 조합원 내부 운영은 여러분끼리 해야 한다고 말하자, "얘기해도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냐"며 여기저기서 반발이 이어졌다.
다른 조합원은 "우리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깔본다"며 "능글능글하게 하지 말고 자세부터 고쳐달라"고 요구했다.
한 번 발언했던 조합원이 "우리 마음대로 선정할 테니 서울시는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며 마이크를 잡았다. 김 과장은 "다른 분들 말하세요, 두 번 했는데"라고 말했다.
이를 듣던 조합원들은 "두 번, 세 번 하면 어때요, 자기는 세 시간씩 떠들어놓고", "조합원들이 하라는데 왜 안 해줘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곳곳에서 "공공관리과를 만든 이유가 국민이 눈물 흘리지 않게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달라는 거다. 도급제 지분제 문제가 아니다. 그건 도정법에 잘 돼있다"라는 질타가 연이었다.
김 과장은 "그래서 국회에서 도정법을 바꾸고 있다"면서도 "최대한 관리감독을 하겠으나, 감독을 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니 조합원들이 잘 감시하시고요"라 응했다.
오후10시 20분께 사회자가 "도급제, 지분제를 설명하러 온 거다. 질의를 마치겠다"며 설명회를 마무리했다.
공공관리자제도란 재개발과 재건축·뉴타운 사업 추진 시 정부가 추진위원회와 조합의 설립, 설계·시공사 선정 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지난해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도급제와 지분제는 재건축 사업 방식이다. 도급제의 경우 건설사는 공사비만 받고 조합이 사업을 맡는다. 사업 손익도 조합원이 나눠 갖는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가 들 수도 있다. 지분제는 건설사가 일반분양을 비롯한 사업 전반에 관여해 손익까지 책임지는 형식이다. 조합원의 개발 이익은 사전에 확정된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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