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막판 재건축, 재개발 수주에 주택업계가 혈안이다. 그러나 시공사를 선정한 일부 사업장은 사업성 저하 우려, 추가 경비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측의 갈등, 현금청산 등의 변수로 예전같지 않다고 우려한다. 특히 안정적인 조합원 물량 확보라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장점이 크게 약화되면서 업계도 '되는 사업'만 하자는 분위기다.
◆수주 규모 13조 그쳐..지난해 1/3수준=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서울지역에 공공관리자 제도가 전면 시행된 이후 올해 수주시장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위축됐다. 일주일 정도 남은 연말까지 1조원 규모가 추가로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13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1조원을 기록한 수주액과 비교하면 1/3수준이다.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 도시정비 사업지는 62곳으로 이중 서울 지역에서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지는 7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시공사를 교체한 사업지로 기존 시공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거나 조합과 시공사 간의 마찰로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사업지다. 서울을 제외한 경기와 인천에서 43곳, 지방에서 12곳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지역에 공공관리자 제도가 시행되면서 건설사들이 어쩔 수 없이 경기도와 인천에서 수주실적을 쌓았고 분양시장이 호전된 지방에서도 추가로 실적을 올린 것"이라며 "그나마 경기지역도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추가 물량 확보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 수주목표 채워=1조원 규모의 올해 마지막 수주는 오는 24일 경기도 부천과 경남 창원에서 결정된다. 부천 전원ㆍ수정주택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는 삼호가 단독으로 참여했으며 조합원 찬반투표로 시공사를 결정된다. 같은 날 경남 창원 용지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총회를 개최한다. 입찰에는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쌍용건설이 참여한 상태다.
특히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수주목표 물량을 채웠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공관리자 제도가 시행된 서울의 경우 수주물량이 제로였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는 가운데 기존 수주사업지 관리에 힘을 쏟기로 했다. 그러나 현금청산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금청산 '복병', 시공사ㆍ조합 부담 커져=현금청산 대상자는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 대상에서 제외된 자'이다. 관련법에 현금청산 대상자의 소유권 이전의무는 사업시행자의 청산금 지급의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음에도 토지 또는 건축물의 명도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즉 분양을 신청하고도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일부 악성 조합원에 대한 제재 수단이 부재한 상황이다.
현금청산 발생시점은 조합에 분양수입이 없어 청산대금과 이자비용이 부담되고 있다. 현금청산 의무발생일과 분양수입이 들어오는 시점이 길게는 2년 이상 걸리는 상황. 이에 따라 시공사가 조합을 대신에 자금을 융자해주는데 금융권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아 사업추진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경기에서 사업을 수주한 D사 관계자는 "현금청산자가 급증하게 되면 시공사나 조합원 모두 부담이 커진다"며 "내년에 수도권 지역에서 수주한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현금청산자가 늘고 있어 사업추진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서의 프로젝트파이낸싱마저 어려울 경우 사업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되는 사업지 어디? '옥석가리기' 심화=사업 규모를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 등을 펼치고 있는 업계는 내년도 수주실적을 올해와 비슷한 13조 내외로 세우고 사업지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먼저 내년도 첫 수주전은 경기도 의왕에서 시작된다. 의왕 내손나구역 재개발 사업지로 내손가ㆍ나ㆍ다ㆍ라구역 중 가장 빠른 사업진행을 보이고 있어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다. 의왕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낸 이 사업지의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11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참여사는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한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쌍용건설, 한진중공업이다. 입찰마감일은 오는 29일로 시공사 선정총회는 내년 1월 28일 열린다.
이와 함께 초반 수주가 예상되는 곳은 과천이다. 과천주공6단지를 비롯해 2단지 등이 조만간 조합을 설립할 것으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 모두 물밑접촉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도급순위 10위권 이내 모든 건설사들이 수주목표로 잡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의왕이나 과천의 경우 사업성이 담보돼 있는데다 입주민들도 빠른 사업추진을 원하고 있다"며 "이들 지역의 수주를 통해 내년도 사업 수주목표가 달성되느냐 안되느냐의 기로이기에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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