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도요다 회장 WRC 행사에 나란히 참석
수소 인프라 확대 등 양사 협력 강조
현대차 드라이버, 도요타 제조사 우승
"모터스포츠 통한 양사 교류…경쟁 통한 기술 발전 이어갈 것"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좌우하는 한일 자동차 그룹 수장이 수소 인프라를 비롯한 한일 모빌리티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3만명 이상의 관중이 주목하는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시상식에서 한 달여 만에 만난 두 총수는 경쟁을 통한 발전, 그리고 화합을 강조했다.
24일(현지시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2024 WRC 시상식에서 제조사 부문은 도요타가, 드라이버 부문은 현대차가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차, 도요타, 포드 등 3개 제조사가 출전한 이번 대회는 사실상 한일전이다. 지난 1년간의 랠리를 마무리하는 이날 시상식에는 정 회장과 도요다 회장이 함께 참석해 행사의 무게감을 더했다.
정의선-아키오, 세 번째 만남 …수소 인프라 협력 기대
이날 오전 두 회장은 도요타 가주 레이싱팀 랠리카를 수리하는 서비스파크 센터를 함께 둘러보기도 했다. 도요타는 수소 발전기로 만든 전력을 이 센터에 활용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정 회장도 이 수소 발전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며 도요다 회장과 짧은 환담을 나눴다.
행사 현장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난 도요다 회장은 "수소 인프라 등 관련 분야에서 현대차와의 협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수소엔진 레이싱카를 내구 레이스에서 운전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수소가 미래를 만들어가는 차량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도 시상식 현장에서 "수소를 잘 얘기해서 같이 협력해 보려고 한다"고 수소 인프라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밝혔다.
두 총수의 만남은 이번 행사를 포함해 세 번째다. 올해 초 정 회장이 일본을 찾아 도요다 회장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모터스포츠 공동 행사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아이디어는 WRC 최종 랠리를 한 달여 앞둔 10월 말, 한국 용인에서 실현됐다. 지난달 행사에서 도요다 회장이 운전하고 정 회장이 조수석에 앉은 랠리카가 서킷에서 드리프트를 선보인 모습은 이벤트의 하이라이트였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1·3위를 달리고 있는 두 총수는 모터스포츠 국제 행사인 WRC를 통해서도 경쟁과 화합을 강조했다. 경쟁과 화합은 상반되는 개념이지만, 결국 모든 스포츠의 본질은 화합이다. 경쟁을 통한 도전의식 고취, 라이벌 구도는 서로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도요다 회장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양사가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기술을 연마해 '누구나 사고 싶은 차'를 만들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스포츠 정신은 비즈니스에도 적용된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북미, 인도, 중동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침체기)' 현상으로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보유한 도요타와 현대차가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도요타와 현대차의 2강 구도를 예상한다.
현대차 드라이버, 도요타 제조사 부문 우승
WRC 올해 시즌에선 현대차와 도요타가 사이좋게 우승을 나눠 가졌다. 드라이버 부문에선 현대차가, 제조사 부문에선 도요타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현대차가 드라이버 부문 우승을 차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며, 도요타는 제조사 부문 4연패를 달성했다.
경기의 승패를 가른 건 마지막 일본 랠리 17라운드에서 오트 타낙 현대월드랠리팀 선수가 차량 파손으로 중간 탈락하면서다. 결국 1위를 달리고 있던 타낙 선수가 랠리에서 이탈하면서, 티에리 누빌 현대월드랠리팀 선수가 총 242점으로 드라이버 부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제조사 부문에서는 561점을 획득한 도요타 가주레이싱 팀이 현대차에 불과 3점 차이로 역전승했다.
2024 시즌 WRC 경기 종합 시상식에 참석한 정 회장과 도요다 회장은 축제로서 이번 행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시상식에서 제조사 우승자로 도요타가 호명되자 도요다 회장은 박수를 치며 아이처럼 기뻐했고, 정 회장은 드라이버 부문 우승 시상식이 끝난 이후 선수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며 기쁨을 나눴다.
도요다 회장은 "승리한 선수와 팀이 우리에게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어 줬다"며 "이번 경기로 많은 분들이 '랠리가 정말 재미있구나'라고 말씀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정 회장도 "경기의 승패를 떠나 남양 연구원들이 (좋은 차를 잘 개발해 주셔서) 자랑스럽다"며 "최근 울산에서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는데, 돌아가신 분과 유가족께 너무 죄송스럽고 저희가 더 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도요타=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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